<문화칼럼>진화하는 여가문화와 공급체계
<문화칼럼>진화하는 여가문화와 공급체계
  • 전영철
  • 승인 2018.10.1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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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철 <상지영서대 교수>

10월의 황금연휴 전공을 핑계 삼아 몇 군데의 축제장과 문화 공간, 관광시설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지역의 절실함은 오히려 축제의 질적 성장의 기회가 되고 프로그램의 순도성을 통해 외부에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기회가 되고 있었다. 과거의 영화에 안주하거나 긴장도가 떨어지는 지역은 그대로 표가 나타났다.

완주군의 와일드푸드 축제는 로컬푸드 음식과 인간의 수렵본능을 발현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축제를 통해 쏟아내게 하고 있었다. 완주군이 내세운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를 통한 축제의 운영 등은 다른 지역에서 흉내 내기 어려운 요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축제장은 청정지역인 고산자연휴양림에 위치하여 오토캠핑과 계곡, 삼림욕장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강릉의 커피축제는 올해 커피카페의 1회용 컵 사용불가방침을 축제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하여 텀블러를 대여하거나 컵 가져오기, 머그컵 증정 등 친환경축제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몇 번 축제자문을 통해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축제에서 수용하면서 발전된 측면도 보였다. 허균 허난설헌 생가 터의 솔밭에서 피크닉 문화를 제공하고 녹색체험관에 가둬 두었던 공방, 커피용품 및 디저트 등등 다양한 축제 컨텐츠를 바깥 잔디공원으로 끄집어내었다. 또한 자전거대여, 잔잔한 재즈 등 버스킹 공연, 피크닉세트 등의 판매 등을 통해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축제의 모습을 보였다.

횡성한우축제는 1,500명이 동시에 앉아 한우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장을 제공하였다. 우천면에서 생산되는 참숯나무 숯을 이용한 한우숯불구이터를 제공하고 한우판매장을 한 곳으로 집약시켜 한우 고깃값을 30% 정도 싼값에 공급하여 엄청난 한우판매량을 기록하였다. 기존의 방송국 공개방송 위주의 야간 프로그램도 지역 문화콘텐츠로 채우면서도 많은 관중들이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특산물축제인데도 소를 기억하는 다양한 기념품, 섬강일원의 엄청난 백일홍 꽃밭, 만원에 세 가지의 특급호텔 조리사가 제공하는 한우 퓨젼음식 코너, 지역농산물판매장 등등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호수공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콘텐츠의 아쉬움이 많았던 세종시의 세종문화축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정선아리랑축제는 네 군데의 각기 다른 공연장에서 나는 음향간섭 때문에 중요한 아리랑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은 말 그대로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제 여가와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의 눈높이는 잦은 해외여행과 수도권 나들이로 인해 점점 더 상승하고 있다. 축제장의 공간조성, 축제 프로그램도 이제 고민하지 않고 옛날 방식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그 축제는 방문객의 외면을 받는다는 진리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원주의 문화행사와 여가, 축제는 많이 진화하고 있다. 시민이 일상에서 즐기는 춤의 문화가 원주다이내믹댄싱카니발의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가 되고, 원도심의 문화재가 살아있는 과거의 조선시대로 안내하는 강원감영 야행, 한지의 다양한 생활소품과 예술작품으로 승화된 한지문화제, 농경문화를 즐기고 생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삼토문화제 등등 원주의 축제콘텐츠와 프로그램도 많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제시하면 축제공간의 확장성과 개방성, 공간연출의 필요성, 프로그램의 다양한 시도와 공급, 연계관광의 마련 등이 필요하다. 따뚜공연장 인근에 상설적인 야외공연장의 시설계획도 기왕이면 예술적으로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세종시의 호수공원 무대섬 야외공연장은 강화유리로 지붕을 만들어 하늘도 볼 수 있고 조형적으로도 훌륭한 공연장이었다. 이처럼 시설 자체가 하나의 지역의 또 다른 랜드마크가 되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문화와 여가의 공급도 이제는 적절한 덧셈과 뺄셈, 그리고 나누기, 곱하기의 적절한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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