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다큐영화 뉴욕라이브러리에서 본 문화도시의 가치
<문화칼럼>다큐영화 뉴욕라이브러리에서 본 문화도시의 가치
  • 전영철
  • 승인 2018.10.29 0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영철 <상지영서대 교수>

책이 사라져가는 요즈음 오히려 미디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도서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때 얼마 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많은 사람들의 울림을 가져왔다.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의 이 영화는 123년의 역사를 가진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장장 세 시간 이십육 분의 상영시간을 가진다. 이 영화는 12주에 걸친 기록과 관찰의 결과물로 뉴욕타임스 선정 2017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구 800만이 넘는 거대도시 하지만 92개 분관에 3,15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뉴욕공립도서관은 뉴욕의 문화라는 나무를 지탱하는 거대한 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은 우리와 환경 자체가 달라”라고 치부하기엔 그들의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고민 그리고 세대와 계층을 아울러 가야 한다는 사명과 치열한 모습을 보면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화면 속에서 도서관의 웅장함과 역사성을 내세우기보다 그들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교양을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 이를 전수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포착한 영화로 도서관을 책을 소장하고 열람하는 소극적인 공간이 아닌 적극적인 지식공유플랫폼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영화는 해설 하나 없이 홀에서 열리는 음악회, 도서관 사람들의 일하는 광경과 명사들의 강연, 예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치밀하게 하는 회의 등의 장면으로 세 시간 이십육 분은 흘러간다. 하지만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난주 열린 전국도서관대회에서도 참가자들이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도서관의 본질 그리고 뉴 미디어시대에 있어 새롭게 제기되는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서 얼마나 뉴욕공립도서관이 고민하고 있는지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 도서관 사서, 시 공무원들은 도서의 대출뿐만이 아니라 노숙자들을 어떻게 보듬을지, 저소득층의 정보격차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장애인들의 주택행정문제를 어떻게 교육할지 고민한다. 취업정보를 얻으러 도서관에 가는 사람들, 70년 전의 사진을 대출받아 영감을 얻는 예술가들의 모습도 나온다. 와이파이공유를 떠나 6G 와이 파이 에그를 대출해주는 모습은 결국 사회문제의 해결방법 중의 하나로 교육과 정보격차의 해소가 중요함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도서관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라는 말처럼 도서관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지식과 철학 둥을 평등하게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도서관은 세대, 인종, 계급을 초월해야 한다는 감독의 말처럼 어쩌면 뉴욕의 문화를 탄생시키는 거대한 지식플랫폼이다. 뉴욕라이브러리에서 도서관 운영자는 시민들을 위한 여러 공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시대감각에 맞게 기획하고자 한다. 수많은 인종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살려 인종, 여성, 환경, 노동과 같은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도서관을 구성하는 3요소를 공간, 사람, 장서로 본다면 문화도시를 구성하는 3요소는 도시공간, 시민, 장서를 대신하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 문학을 장르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도전하고 문화도시에 도전하는 원주에게 이 영화는 교과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라는 공간에 같이 살고 있는 시민들이 어떻게 문학이라는 콘텐츠를 또는 다른 문화콘텐츠를 공유하고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기제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의 방향을 보여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