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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에서>시의원들의 눈높이, 시민의 눈높이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시·도의회 의정비가 속속 타결되고 있다. 결과는 동결, 또는 내년 공무원 보수인상율(2.6%) 수준, 일부는 그 이상에서 결정되고 있다. 일부 시.군의회는 무려 100%까지 인상을 요구해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원주시의정비심의위원회도 의정비(월정수당)를 9.6% 인상키로 잠정합의했다. 이달초 여론조사로 결정된다. 각계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논의해 결정했다고 본다. 그러나 의정비 인상문제를 둘러싸고 원주시의회가 그동안 보여준 처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실 의정비심의위원회가 본격 활동하기 시작하기 전 의회 안팎에선 인상률을 두고 ‘부단체장급’, ‘사무관 20호봉’선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사석에서 만난 일부 시의원은 “이 정도 의정비로는 생계도 꾸리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최근 원주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의정비심의위원회 1차 회의록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원주시의회는 부단체장급으로 의정비 인상을 요구했다. 이를 토대로 최대치를 뽑았을 때 월정수당은 295% 오른 9,449만 원, 여기에 의정활동비 1,320만 원을 합치면 1억816만 원이 된다. 인상요구액 가운데 전국에서 최대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시민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식’,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식’이라며 정치적 포석이 깔린 주장이란 말이 나왔다. 원주시의회의 이런 모습은 근시안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따져 보자. 시의원과 공무원 특정직급을 비교해 인상률 잣대를 들이 댄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지방의원은 비전임이다. 또 일부를 제외하고 겸직이 가능하다. 4년마다 시민에 의해 평가받아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는 지방의원을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과 같은 성격으로 보고 재단하는 것은 몰상식의 극치다. 신재섭 의장의 사려 깊지 못한 발언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근로자는 1년에 한 번씩 협상을 해서 임금 인상을 하는데, 저희는 4년에 한번...” 시의원의 의정비(월정수당)를 근로자의 임금과 비교한 것은 넌센스의 극치다. 시의원은 시민의 대표이고, 시 집행부의 예산 편성, 집행권을 감시·견제한다. 지방정치에서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 뉴스를 접한 한 노동자는 “지방의원은 갑중의 갑 아니냐”라며 “현실 인식이 너무 뒤떨어졌다”라고 일갈했다.

시의회는 의정비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원주시 전체 세입에서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편성·집행할 수 있는 재원의 비율을 말하는 재원자주도는 전국 평균 이상일까.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365’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원주시는 70.13%로 전국 평균(77.92%)에 훨씬 못미친다.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14위다. 재정 자립도는 32.29%로 전국 평균(55.23%)에 한참 뒤쳐진다. 지금 우리 경제성장의 불씨는 꺼져가고 있다. 실업률, 저출산, 각종 경제지표는 물구나무 설 태세다.

애초 의정비 인상률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시의회가 과도한 인상을 요구한다고 해서, 절차와 평가 항목에 따라 심의하는 의정비심의위원회가 합리적인 선에서 의정비 인상을 결정할 것은 뻔한 이치였다. 물론 이번  의정비심의위원회 인상률 결정을 보면 시의회의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지금 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시의회가 출범한 이후 시의회 본연의 감시역할이 무뎌졌다는 지적이 자주 나오고 있다. 팍팍한 서민경제는 도외시한 채 의정비 심의과정에서 보여준 시의원들의 모습은 잿밥에 집착하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시민들은 원한다. 생계형 시의원이 아닌 봉사형 시의원이 돼달라고. 시의원의 격은 의정비를 얼마나 받느냐로 평가받는 게 아니다. 시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서 신뢰회복에 나서는 모습이 전제돼야 한다. 시의회와 시민의 눈높이에는 만리장성 만큼 큰 장벽이 버티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유감이다. 매사 합리와 상식을 기대해 본다.

심규정  shim66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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