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연말연시(年末年始)에
<세상의 자막들> 연말연시(年末年始)에
  • 임영석
  • 승인 2018.12.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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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세상을 살다 보면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것이 나이다. 한 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때를 연말연시(年末年始)라 한다.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사계절이 있어 봄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의 흐름을 잘 보고 느낄 수가 있다. 마치 인생이라는 절기가 이렇다는 것을 바라보게 하는 좋은 절기를 갖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마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마음을 새롭게 각오하고 다짐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삶의 목표를 갖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을 하고 살겠다는 희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구상에 생명을 간직한 것은 자기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려는 본성을 지니고 태어난다. 식물이건 나무이건 동물이건 지구 환경에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생명력을 간직하고 태어난다.

사람은 지구상 유인원으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고 기록을 남기며 무궁한 과학발전을 통해 그 어떤 생명체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때문에 스스로 무엇이 문제이고 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무던하게 노력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며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말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 지난 일 애다지 말고 오난 날 힘써사라
  • 나도 힘 아니 써 이리곰 애다노라
  • 내일란 바라지 말고 오날날을 앗겨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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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숙량(李淑樑:1519~1592)의 시조

이숙량 선생의 시조 속에서도 ‘지난 일 애달프지 말고 오늘을 힘써 살아라 / 나도 힘 아니 써서 이렇게 애달프다 / 내일을 바라지 말고 오늘을 더 아껴 살아라’라며 하루하루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年末은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뜻이고 年始는 한 해의 시작을 뜻한다. 이때에 주고받는 말이 덕담(德談)이다. 덕담은 앞으로의 삶을 더 잘 되게 빌어주는 말이다. 옛날부터 어른들에게는 건강을 소망하는 말을 해 드리고, 젊은이에게는 꿈을 갖는 말을 해 주었다. 그러나 점차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의학이 발달되면서 연말연시에 주고받는 덕담이나 인사도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연말연시가 되면 프스킨의 시 ‘삶’을 읽어 보라고 말한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 기쁨의 날이 찾아오느니 // 현제는 언제나 슬픈 것 /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는 법이다’

이 짧은 시속에는 인생무상 모든 허망함을 잊게 해주는 말들이 담겨 있다. 술잔을 기울이며 그 취기에 어제를 잊고자 함도 내일을 새롭게 맞이하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된다고 보아진다. 나무가 나뭇잎을 떨구지 않고 새로운 잎을 피우지 않는다. 봄을 맞는 것은 언제나 가혹한 추위를 견뎌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연말연시는 잊어야 할 것은 낙엽처럼 떨구어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은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하고 노력의 땀으로 꽃을 피워내야 할 것이다. 이 다짐을 해마다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제 생의 나이테를 하나하나 더하여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누구나 자기 삶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이 시간만큼은 신(神)이 공평하게 부여한 것이다.

재물이 많다고 행복을 많이 간직한 사람은 아니다. 가난하다고 행복한 마음이 작은 것은 아니다. 이숙량 선생의 시조처럼 내일을 바라지 말고 오늘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연말연시는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하는 때라고 본다. 올 연말연시도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잘 뒤돌아보고 미래를 잘 바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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