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 새해 길목에서
기해년(己亥年) 새해 길목에서
  • 심규정
  • 승인 2018.12.3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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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이 저물어 간다.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더니 정말 쏜살같이 달려온 한해였다. 하루, 한달, 일년은 편린의 시간이지만 지나고 보니,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은 못내 아쉽기만 하다. 올 한해는 희비쌍곡선(喜悲雙曲線)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침참해 있음을 엿볼수 있다. 줄달음질 해온 우리에게 한가닥 밝은 빛과 같은 낭보(朗報)가 시민들의 기대감을 높였다고 볼수 있다. 우선 부론산업단지가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것을 꼽을수 있다. 경쟁력을 높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승기류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 엊그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도시 예비주자로 지정된 것은 원주시가 문화첨병지대로 자리매김하는데 더 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문화예술도시를 거론할 때 원주시는 그동안 춘천,강릉시보다 한참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번 공모전에서 이들 도시는 물론 전북 전주시를 비롯한 문화고도라고 평가받는 쟁쟁한 후보도시들을 제치고 예비주자 명단에 오른 것은 쾌거다. 원주시와 문화재단이 꼼꼼하게 준비해온 과실(果實)이라고 본다. 아직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지만, 원주천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됐다고 강원도가 공식발표한 것을 보면 그만큼 결과를 확언할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우리에게 아주 희소식이다. 앞으로 원주천 치수관리를 통한 재해안전예방 사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원주천과 맞닿은 학성동 저류지 조성사업도 탄력을 받게됐다. 이런 일련의 사업에 국가예산이 지원될수 있어 예산절감으로 일석이조,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것은 자명하다. 모두 원주시 미래를 가늠해 볼수 있고 시민들에게 무지개빛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그동안 정부 부처와 정치권 문턱이 닳도록 오간 원주시 공직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고 했던가. 공이 있으면 과도 있기 마련이다. 낭보(朗報)의 반대, 즉 비보(悲報)는 아니지만 일부 사업의 경우 시민들을 우울하게 하고 냉소적 시선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주 유감이다. 지정면,호저면에 추진하는 800만㎡규모의 글로벌테마파크와 270만㎡규모의 화훼특화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산 넘어 산’, ‘난형난제(難兄難弟)의 전형’이다. 전자는 지난 2016년, 후자는 지난 2013년부터 사업을 추진했지만, 공회전만 되풀이 하고 있다. 최근 열린 원주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사업(글로벌테마파크)이 제대로 추진되는 거냐”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원창묵 시장은 “아직 진행된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화훼단지도 투자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없고 바람빠진 자동차 바퀴 신세로 전락했다. 물론 지금도 여러 투자자, 사업참가 희망을 밝힌 회사가 있지만, 원주시나 사업자로서는 입을 굳게 잠그고 있다. 그간 ‘된다’, ‘된다’는 말이 수없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메아리 없는 구두선에 그쳤다.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두 가지 사업을 지켜보며 ‘과잉 남발’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지배했다. 우리에게 과잉은 부정적 단어로 인식된다. 과잉공급, 과잉개발, 과잉의전, 과잉세리머니 등. 두 가지 사업에서 ‘면적의 과잉’, 이에 따른 ‘투자금의 과잉’, ‘주변 관광시설 인프라 해석의 과잉’이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한다.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마강래 교수는 ‘지방도시 살생부’란 책에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거론하며 유지관리가 어려운 외곽개발을 자제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표현을 썼다. ‘다윗도시가 골리앗도시를 카피하는 과정’을 지적했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확대해석하고 스케일에 집착해 세계유수의 관광단지의 장밋빛 전망에 착시현상을 보이는 것이란 인상을 지울수 없다. 현실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도 과거 경험의 포로가 되어 현실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평가하는 ‘정적평가의 오류’ , 세부정보를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서 잘못된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의도적 맹시’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완벽하고자 하는 욕심은 그 자체로 독약이다”라고 했다. 과욕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까닭이다. 군살을 빼야 근육질이 될수 있다. 그래야 레알급 평가를 받을수 있다. 긍정의 느낌표 보다 우려의 물음표가 시민들에게 더 깊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아 늧이 사나와서 하는 말이다. 중국 남북시대 시인 도연명은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계속된 레토릭에 시민들은 이젠 기대조차 접는 듯하다. 큰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의 전후경중(前後輕重)을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심일덕(一心一德) 정진하는 기해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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