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83) 비창 교향곡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83) 비창 교향곡
  • 최왕국
  • 승인 2019.01.21 0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6곡의 교향곡들 중 마지막 곡이자 최고의 걸작인 “비창 교향곡”은 총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공식 명칭은 “Symphony No.6 in B minor Op.74 – Pathétique”이다. 1893년에 작곡된 이 곡은 자신의 지휘로 초연됐는데, 그 후 9일만에 차이코프스키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을 자기 일생 최고의 걸작으로 꼽았으며, 지금까지의 곡들은 이 곡에 비교할 수 없다고까지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이 곡도 “차이코프스키 징크스” 때문이었는지 초연때는 청중들로부터 냉담한 반응만 얻었다. 초연 다음날 차이코프스키는 작품에 표제를 넣을 궁리를 하였고, 동생의 제안에 따라 “비창(Pathétique)”이라는 제목을 달게 되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차이코프스키는 인생에 대한 절망감과 우울증이 심화된 상태였는데, 동성애에 대한 비난과, 폰 메크 부인의 후원이 끊긴데 대한 절망감도 컸다고 한다. 이미 작곡가로서 거장의 반열에 올랐던 그에게 물질적인 후원이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15년 동안 1200여통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정신적으로 크게 의존하던 관계가 끊어진 것에 대한 상실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비창(Pathétique)”이라는 제목을 가진 또 하나의 유명한 곡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도 있는데, 이 곡 또한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1악장은 이 곡을 대표하는 악장이며, 2악장은 1982년 Louise Tucker에 의하여 “Midnight Blue”라는 팝송으로 번안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3악장은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경쾌한 댄스 리듬의 곡으로 편곡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창(悲愴;Pathétique)”이란 “비장한, 감동적인, 슬프고 섭섭한”이라는 뜻인데, 곡 전체에 흐르는 슬프고 절망적인 감성을 잘 나타내 주는 표제다. 차이코프스키 자신도 이 곡은 마치 진혼곡 같다고 했다.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 사후에 추모곡으로 연주되었는데, 초연 당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청중들은 그때서야 이 곡의 진가를 알아보고 감동과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징크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대부분의 명곡들이 초연때는 호평을 받지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진가를 인정받았다는 것은 단순한 징크스라고의 차원을 넘어서, 그의 작품들이 음악적인 표현력과 기법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성향이 있다는 것을 웅변해 준다.

세상 모든 슬픔과 절망과 번민을 담은듯한 곡이지만, 이 곡에 등장하는 멜로디들은 매우 아름답고 깨끗하다. 또한 이곡은 마냥 침울하지만은 않고 금관악기와 타악기를 적극 사용하여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부분이 있는 곡이기도 하다.

다른 교향곡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1악장은 빠르고 경쾌하며 2악장은 느리고 서정적이지만, 이 곡은 1악장 서두부터 느리고 암울하게 시작하며, 오히려 2악장은 경쾌한 주제로 시작한다. 또한 보통 4악장은 빠른 템포와 웅장한 스케일을 갖고 있지만 이 곡의 4악장은 Adagio(매우 느리게)의 템포로 시작하며 무겁고 슬픈 탄식을 나타낸다.

  • https://youtu.be/00B3M0Oxq-Q (클릭)
  • 유튜브 검색어 : 비창 카라얀
  •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1악장 : 4/4박자 소나타 형식이다. 서주에서 저음 현악기의 침울한 화성적 백그라운드에 맞추어 등장하는 바순의 느린 멜로디는 현악기로 옮겨져서 빠른 템포의 제1주제로 진화한다. 또한 1악장에는 평소 차이코프스키가 좋아하던 오페라 카르멘 중 “꽃노래”의 멜로디 일부가 차용되어 나온다.

2악장 : 빠른 템포의 악장이며, 5/4박자로 된 러시아 민요의 독특한 리듬이 나온다. 보통은 잘 쓰지 않는 5/4박자를 사용함으로써 경쾌하면서도 뭔가 몽환적이고 불안정한 느낌을 매력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3악장 : 역시 빠른 악장이며 스케르쵸와 행진곡이 번갈아 나오는 형식이다. 차이코프스키의 탁월한 작곡 기법이 잘 나타난 악장이다.

4악장 : 탄식하는 듯한 현악기의 멜로디가 복잡 미묘한 심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곧이어 차분하고 덤덤한 2주제가 나오고, 금관악기와 타악기가 주도하는 다소 익사이팅한 부분도 나오지만 전반적으로 느린 악장이며, 슬픔과 절망을 나타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