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세상을 돌아보다
[세상의 자막들] 세상을 돌아보다
  • 임영석
  • 승인 2019.02.18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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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 임영석<시인>

영화 〈1987년〉, 〈택시운전사〉를 보았다.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과정을 독일인 기자의 취재 모습을 통해 바라보았고, ‘1987년’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투쟁을 하던 시민운동가들의 모습과 시위 중에 이한열이라는 대학생이 시위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나는 1987년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된 비디오를 어두운 골방에서 숨어서 본 적이 있다. 또한 민정당 대표위원이었던 노태우 씨의 6.29 선언 이후 각종 시위에 직접 참여해 군중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어깨 걸고 시위 속에 뛰어들었던 일이 엊그제인 듯 생생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함성의 힘으로 이루어낸 결과물 들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인내의 세월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말 그대로 군사정권의 총부리 앞에 풀잎처럼 맞서 싸운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 군사정권의 총부리에 순응하고 살았던 사람들이 아닌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다시 누웠다 //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 발목까지 / 발밑까지 눕는다 /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의 시 「풀 」 全文

당시 많은 군중들은 서로가 어깨동무를 하며 도로 한가운데 풀잎처럼 드러눕고, 풀잎처럼 일어나며 대통령 직선제를 외쳤다. 국민의 가슴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댔던 군부정권은 그들의 권력을 위해서는 국민이 눈에 보였을까? 깡패, 부랑자라며 선량한 사람들을 삼청교육대에 끌고 가 순화 교육이란 명목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교육을 자행했다. 할 말이 있어도 말 한마디 쉽게 내뱉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이 땅은 언제나 세상을 앞에서 이끌어 낸 선각자들의 희생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길을 보다 쉽고 편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언에 가까운 말을 하는 일부 정치인의 말속에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자신의 기득권 획득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 보인다.

내 나이 쉰아홉이다. 결코 많은 시간을 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속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는 군사 권력이 평화와 자유를 외치며 선동한 국민의 삶이 어떠하였는지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그 권력에 기생하였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 권력에 투쟁하지 않고 함구한 사람도 있을 터이다. 투쟁을 했던 하지 않았던 모두가 이 땅의 국민이다.

우리가 우리 역사를 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내일 일어날 수 있는 비극적인 일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상처를 감싸고 가린다고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다. 아픈 상처는 그 상처가 덧나게 않게 치료를 해야 한다. 5.18 광주민주화 진상은 그 아픈 상처를 바로 인식하고 앞으로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의 의식은 그 잘잘못을 바르게 인식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일부 국회의원의 작금의 발언 속에는 이 땅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통째로 부정하는 그런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정치는 국민의 삶의 길을 닦는 일이다. 자신의 삶의 길을 닦는 정치인은 협객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영웅은 되지 못한다. 내가 살아온 삶 속에는 짧지만 이 시대의 정치가 흘러왔다. 그 흐름을 바라보면 국민의 삶을 걱정하는 정치인이 항상 존경받고 있다는 것이다. 존경받는 정치인은 못되어도 손가락질 받는 정치인은 이제 국민의 힘으로 정치를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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