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공무원노조 홈페이지, 불륜 ‘가짜뉴스’까지...
〈비로봉에서〉공무원노조 홈페이지, 불륜 ‘가짜뉴스’까지...
  • 심규정
  • 승인 2019.03.04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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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최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원주시지부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지난달 22일 자유게시판 하소연코너에 올라 있는 더 깨끗한 원주 만들기란 제목의 글에 달린 댓글 때문이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더 깨끗한 원주 만들기는 먼저 외부적인 부분 보다 내부 조직부터 더 깨끗한 원주로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중략)”라고 반문했다. 조회수 2,000건 가까운 이 글에는 댓글이 장마 끝에 벼멸구 달라붙듯 수북이 달렸다. 필자를 뜨악케 한 것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남녀 직원의 불륜 사실을 언급한 대목. 부서 명칭까지 특정한 이 댓글은 불륜 저지르고 바람피고, 그런 기본 됨됨이 없는 인간들은...”, “○○ 부서 직원 끼리? 아님 ○○부서 직원이랑 다른 과 직원? 원주시 참 잘 돌아간다라는 내용이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또 다른 댓글은 불륜사실은 변방 직원들의 입에까지 오르내리고 있는데...”라고 했다.

사실 이같은 소문은 지난해 여름부터 알음알음 퍼졌다. “난데없이 또 다시 불륜설?” 그래서 해당 부서에 확인해 봤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강원도를 비롯한 시군 ○○부서 과장과 일부 직원들은 지난해 여름 910일 일정으로 미국연수를 갔다. 원주시 과장과 주무부서 담당도 포함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어떻게 남녀 과장,담당이 함께 연수갈수 있냐”, “말도 안된다는 말이 나왔다. 이같은 연수는 2017년에도 있었다. 당시 과장,주무부서 담당(남자)도 동행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로 지목된 인사는 무슨 근거로 그런 소문이 나도는지 참 기가 막힙니다라며 확인된 것도 없고, 다 지난 일인데, 생뚱맞게 이 소문이 다시 거론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조악한 댓글은 지역사회에 이미 확성기처럼 사방에 퍼졌다. 당사자들로 특정된 직원들은 이마에 불륜 남녀라는 주홍글씨가 덧씌워진 셈이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비지니스 스토리텔링 전문가인 헥터 맥도널드는 우리는 어떻게 팩트를 편집하고 소비하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만들어진 진실이란 책에서 가짜뉴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혹은 상황의 압박 때문에, 또는 뭔가 이득을 노리고 진실이 아닌 얘기를 한다. 일부러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끔 진실을 편집하고 조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라고. 그러면서 코끼리를 만난 시각장애인들처럼 각자가 사안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해 엉뚱한 길로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합하는 진실’, ‘진실을 편집하는 법을 소개했다. 이 대목에서 이번 원주시청 ○○부서 불륜가짜뉴스를 적용해 보자. 그들은 왜 미국에 갔는지, 누구랑 갔는지, 함께 가게 된 계기는 무언인지, 여러 경합하는 진실이 있는데, 이를 쏙 빼고 함께 해외연수 갔다는 사실만으로 부적절한 관계가 있을 것이란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했다. 교묘하게 진실을 편집한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욱이 글 주제와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당사자로 거론되는 여성공무원은 지난해 이 문제가 거론될 당시 공직을 그만 둘까 생각했다고 한다. 최근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자,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고 동료들은 귀뜸했다. 이 여성공무원의 남편도 공무원으로 확인됐다. 당사자 가운데 1명은 노조 관계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방약무인(傍若無人)한 댓글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의 질타 목소리도 등장했다. “앞뒤 사실 관계 따지지 않고, 정보를 왜곡한 채로 담론을 시작하여 분란을 가중시키는 글도 여럿 보았다. 이 게시판의 건전한 기능이 오히려 역풍을 받아...”라고 점잖게 꾸짖었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부서 불륜 이라, 허위사실이면 감옥가요”, “유언비어와 욕설이 넘쳐나는 이런 쓰레기 홈페이지는 없어져야 합니다라고 일갈했다.

어느 순간부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원주시지부 홈페이지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신문고, 건강한 소통공간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목소리가 공직사회에 비등해지고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글을 올렸다고 ,돼지’, ‘풀 뜯어 먹는 소리라는 저주의 언어폭력은 예삿일이다. 익명성이 보장된 홈페이지 하소연코너는 감정의 배설구가 아니라 넷티켓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무근지설(無根之說)을 마사지해서 진실을 표방한 거짓말의 서식지로 오용된다면 동료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를 안기고 공직사회 위화감을 조성할 뿐이다. 가면 뒤에 숨었다고 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해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괴물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지금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언어적 구토 같은 무책임한 험담이 계속된다면 생산적인 소통공간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볼수 있다. 공직사회의 품격은 바로 원주시민의 품격이다. 체통 좀 지키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 낯 부끄럽고 정말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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