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86)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86)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 최왕국
  • 승인 2019.03.11 0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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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9번이 그랬던 것처럼, 비제(George Bizet ; 1838-1875)의 오페라 카르멘(Carmen)도 수많은 작곡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게 된다. 사라사테 등의 작곡가들은 카르멘 환상곡을 작곡하기도 하였으며,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음악들을 재편곡하여 연주하는 일도 종종 있다.

천재 작곡가 비제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으며 역대 오페라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카르멘의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는 삼각관계를 기반으로 한 치정물이며, 등장인물의 면면이 기존 오페라의 틀에 박힌 내용들과는 전혀 다르다.

일단 여주인공인 카르멘만 하더라도 귀족 집안의 딸이거나,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집시(Gypsy)족 여인으로 담배공장에서 일하며, “팜므파탈의 면모를 갖고 있다.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스톤, <가시>의 조보아처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독가시를 품고 있다는 것이 카르멘의 이미지다.

사냥감을 노리는 표범과 같은 카르멘의 눈에 순진한 청년 돈 호세가 들어온다. 그는 스페인의 세비야라는 마을에 근무하는 직업군인이다. 카르멘에게 먹잇감으로 찍힌 이상 아무리 호세가 저항하려 해도 역부족이다. 시골 마을에 계신 어머니와 어머니가 며느릿감으로 점찍어 놓은 미카엘라라는 순정파 여인이 카르멘으로부터 호세를 지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지만, 날카로운 카르멘의 공격력에 비하면 형편없이 연약한 존재들이다.

카르멘이 시도한 첫 번째 공격 무기는 바로 그 유명한 하바네라라는 노래다. 오늘 감상할 음악이기도 한데, 반음계로 하강하는 멜로디 라인과 중간 중간에 포르테로 나오는 풀편성의 추임새가 카르멘의 유혹과 잠재된 폭발적 열정을 잘 나타내 준다.

나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보다는 과묵한 사람이 더 좋더라

 

당신이 날 거절해도 난 당신을 사랑할거야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날을 조심해

이상 하바네라의 가사에서 발췌한 두 부분 중 전자는 카르멘이 호세를 찍었다는 고백이며, 후자는 두 사람의 앞날을 예고하는 일종의 서곡같은 역할을 한다.

https://youtu.be/icJRTdpS2pU (클릭)

유튜브 검색어 : 하바네라 모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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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마친 카르멘은 어안이 벙벙한 호세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던져놓고 간다. 아무리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해도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호세와 그런 그를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약혼녀 미카엘라의 미묘한 감정 라인도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이다.

결국 얼마 후 호세는 카르멘의 두 번째 구애(求愛) 노래인 세기디야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기고야 만다. 호송 중이던 카르멘을 풀어준 호세는 그 일로 영창에 가는 신세가 된다.

카르멘의 올가미에 엮인 호세의 추락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창에서 풀려나자마자 당신의 사랑이 진실이라면 군대 따위는 잊어버리고 함께 산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살자는 카르멘의 유혹에 호세는 자신의 직업마저 버리게 된다. 이제 호세는 좋든 싫든 자신의 운명을 카르멘에게 완전히 저당 잡힌 꼴이 된 셈이다.

끝이 뻔히 보이는 잘못된 사랑의 늪에 빠져들면서도 도저히 발을 뺄 수 없는 호세와 팜므파탈카르멘... 직업도, 약혼녀도, 어머니도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선택한 카르멘이지만 카르멘의 마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호세의 연적(戀敵)으로 화려하게 등장하자 호세는 질투심에 격분하여 그와 소란스러운 싸움을 벌이게 되고, 호세는 카르멘에게 구차스럽게 사랑을 구걸하지만 이미 마음이 돌아선 카르멘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에스카미요가 출전하는 투우장 밖에서 카르멘을 칼로 찔러 죽인 호세는 쓰러진 카르멘을 붙들고 오열한다. 이들의 뒤틀린 사랑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 안에 잠재된 야수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며, 과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또한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6편에 나오는 로씨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오늘 나온 세비야는 동일한 지명입니다. 로씨니의 오페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세빌리아로 워낙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 발음표기를 따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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