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름들은 그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다 있다. 우리 속담에도 〈이유 없는 무덤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돌은 돌로 취급받는 이유가 있고, 보석은 보석으로 취급받는 이유가 다 있다. 그러나 요즘 그 이유가 점점 상대방을 공격하는 화살로 변하고 있다. 자기 자신이 돌인지 보석인지 구분도 못하는 세상으로 변하여 간다.
우리가 뒤돌아보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을 희대의 사기꾼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 생수를 팔고 그 물을 사 먹는 것이 보편화된 세상이다. 또한 그것도 부족해 정수기를 빌려주고 오염된 물을 걸러먹는 세상이 되었다. 어디 그것뿐인가. 공기가 좋지 않아 공기 정화기를 실내에 설치해 살아가는 것, 또한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흐름을 보면 사람이 살아 온 세상에서 변화의 시간은 땅이 오염이 되고, 먹던 물이 오염되고, 호흡하던 공기가 오염이 돼 왔다. 그러나 이제 마지막 마지노선처럼 남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자유롭게 숨 쉬고 살 수 있는 산소의 문제다. 이 산소량마저 언제 공기나 물처럼 오염되고 고갈이 되어 마치 높은 산꼭대기에 서 있는 것처럼 거친 숨을 쉬어야 할 날을 대비하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대기 중의 산소량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경제적, 과학적 발전을 이루어도 물, 불, 산소(공기) 문제는 이제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어쩌면 땅 위의 공기가 좋지 않아 이를 차단하기 위해 물속 깊은 곳에 집을 짓고 살아갈 날이 올 것이다. 더러운 공기를 차단할 벽을 막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자연적으로 물의 벽을 이용하여 나쁜 공기를 차단하고 살아야 하는 날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이 멀다고 느껴질지 모르나 이 지구의 자연환경은 제한적이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이 지구상에 멸종되거나 사라지는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 사라지는 이유는 모두 사람이 살면서 버린 것들에 의해 오염이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그 흔한 반딧불이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아졌다. 또한 여름이면 들었던 소쩍새 울음도 급속한 도시화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이 자연의 생태계에 무감각하게 대처하고 대응하여 생긴 일이다. 단순히 이들이 사라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이들의 생태환경이 곧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한계선임을 알아야 한다는 신호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사람의 삶이 이들 삶의 생태계처럼 맞아야 하는 날이 온다는 신호임을 분명하게 느껴야 한다. 생태환경에 대한 보고를 국민에게 매년 상세하게 알려야 할 의무와 책무를 지녀야 한다. 국회나 지방 의회는 이 생태 지표를 해마다 법률로 공표 하도로 정해 놓아야 그나마 자연 생태계를 통해 사람의 삶의 위기를 대처하는 국민 의식을 높여야 할 것이다.
반딧불이가 사라진 것이 무엇이 중요하냐고 물을 것이다. 지금 공기 오염, 물오염의 척도는 이 반딧불이의 생태환경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청정한 지역이냐 아니면 눈으로만 깨끗하게 보이느냐라는 판가름은 이 자연의 생태계가 적응해 살아가는 기준으로 구분이 지어져야 할 것이다. 사람이 기계적으로 측정한 것은 인위적인 판단이지 자연의 판단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자연의 판단에 환경을 지켜가야 사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 고래들의 발자국을 보고 싶다 / 고래가 발을 버리고 왜 지느러미를 갖게 되었는지 / 무슨 아픔이 있어 바다로 몸을 숨겼는지 / 발자국을 보면 그 의문이 풀릴 것만 같다 /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는 고래들의 발자국을 / 고고학자들은 왜 아무도 찾지 않을까 / 바닷속 어딘가는 두 발로 혹은 네 발로 걷던 / 발자국 무덤들이 가득히 있을 것인데 / 수천 년 동안 고래 발자국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사람이 역사(歷史)를 발로 쓰고 다닐 때 / 고래들은 천 리 밖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 바닷속 가득 풀어놓고 낙엽처럼 밟고 다녔을 것이다 / 그 발자국 따라 오늘도 새우떼를 쫓을 것이다》
-임영석 시 「고래 발자국」 전문
사람이 이제 더 이상 이 지상에서 숨을 쉴 수가 없어 물속으로 고래처럼 숨어들 날이 온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는 사람의 일이지만, 환경의 문제는 인류 공통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일률적으로 모든 공산품에 환경세를 두어 전 인류가 공통적으로 사라지는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 고래처럼 바다로 몸을 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방안의 수립이 각 나라들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