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눔은 사랑의 긴 울림
[기고] 나눔은 사랑의 긴 울림
  • 유대균
  • 승인 2019.03.2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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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네이버스 교육전문위원 및 총대이사/원주 반곡초등학교장
유대균 굿네이버스 교육전문위원·총대이사/원주 반곡초등학교장

미국의 소설가인 톰 울프는 1970년대 미국사회를 자기중심적 시기라고 표현하였다. 사회 전체의 복지나 평등보다는 개인의 자기실현과 발전에 더 몰두하여 자신의 건강과 쾌락에 도움이 되는 생활에만 관심을 쏟는 것을 빗대어 한 말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도 1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고, 이웃에 대한 베품이 인색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에 감사가 식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자기중심적인 사회이다.

또한 우리사회는 경제적 가치에 매우 큰 비중을 둔 사회이다. 중산층으로 제시한 기준을 보면 우리는 30평형 이상의 아파트나 2000CC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월 500만원 이상의 급여 받아야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는 등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프랑스 등의 기준은 우리와 차이가 있다.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사회적 약자를 돕거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기 등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더 중요시한다. 4차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사고력을 갖춘 창의융합인재로 성장하였다고 할지라도 이웃에 대한 나눔과 배려가 없는 인재는 경제적인 가치에 중심을 두는 사고방식으로 살아가기 쉽기 때문에 미래인재로서는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2005년 2월, 삼척 출신인 심민정은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하였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직장에 들어가기보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굿네이버스 해외자원봉사자로 일하였다. “저에게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기술은 부족하지만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제가 가진 것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그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80여명의 현지 직원들과 1년여 동안 봉사활동을 하였다. 가난과 억압이 일상인 약자를 돕기 위해 일하던 그녀는 현지에서 A형 간염으로 급히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인천공항을 통해 들것에 실려 나오면서도 “어머니, 저는 지금까지 제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 일은 젊은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고 제가 가장하고 싶은 일이예요.” 어머니는 딸을 먼저 떠나보내는 큰 슬픔을 겪으면서도 딸을 통해 어떻게 삶을 살아야하는지 값진 교훈을 얻었다며, 민정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대신해 나가려고 한다는 마음으로 지금도 삼척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름다운 사회는 나눔에 있다. 나눔은 사회의 소금과 빛과 같은 역할을 한다. 100리 안으로 굶는 사람이 없게 하고, 나그네를 잘 대접하라고 유지를 내렸던 경주 최부자 이야기나, 하회마을에 들어와서 살려면 3년간 지나가는 과객들을 잘 대접하라고 했다는 안동의 풍산 류씨의 전설도 이웃을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모습이다. 성경에도 아브라함이 지나가던 나그네를 잘 대접했더니 그 나그네들이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주는데 나그네를 대접함으로 하늘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을 보면 이웃을 향한 나눔의 힘이 얼마나 큰 지 보여준다. 풍족해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빌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은총이다’라는 말처럼 가진 것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나눔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다기보다 후천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모범적 활동이나 나눔을 실천하는 참여 기회를 통해 나눔과 배려를 습득하는 경향이 많다. 나눔을 실천해 보면 자기 기쁨과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수혜자에게는 삶의 의욕과 희망을 주기에 나눔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것이다.

이러한 나눔의 실천운동으로 제11회 희망편지쓰기 대회가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열린다. 올해는 방글라데시의 ‘미나’ 이야기가 소개된다. 하루에 8시간씩 담배공장에서 일하면서 저녁에 야학을 하며 선생님이 되기를 꿈꾸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빈곤과 질병,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굿네이버스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다. 굿네이버스는 1991년 8명의 좋은 이웃들이 뜻을 모아 국내에서 설립한 국제 구호 개발 NGO이다. 현재, UN을 비롯한 38개국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 민간외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국내 52개의 지부에서 굶주림이 없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UN과 국제노사정기구연합이 주관한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새천년개발목표)영역에서 ‘보편적 초등교육달성’에 기여한 사업성과를 인정받아 MDGs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의 미나는 학교에 다니거나 친구랑 노는 것이 소원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미나에게는 특별한 일인 것이다. 우리가 희망 편지라는 나눔의 실천을 통해 미나를 만난다면 미나는 꿈이 이루어질 수 있고, 또 한 번의 인류 보편적 가치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강원의 어린이 모두가 나눔을 실천해 보았으면 좋겠다. 어린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의 일상에 대해 감사하며,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열정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다른 나라 친구를 후원하는 수준의 마음가짐이라면 자기 주변에 있는 친구의 소중함도 충분히 알게 될 것이다. 학교 친구들과의 사이좋음은 즐거운 학교생활은 물론 학교폭력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미나의 사정을 살펴보면서 부모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의 도리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눔의 정신으로 우리사회가 어떤 어려운 환경이나 나쁜 여건에 처해 있을지라도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도전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요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희망편지쓰기가 강원의 어린이들에게 이웃을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밑거름이 되어, 장차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사랑의 긴 울림을 줄 수 있는 씨앗으로 심기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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