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87) 비제 아를의 여인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87) 비제 아를의 여인
  • 최왕국
  • 승인 2019.03.2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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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카르멘이전에 작곡된 비제의 오페라와 오페레타 등 14편의 작품 중에는 진주잡이만 그나마 약간의 평가를 받았을 뿐, 그의 천재성을 알려주기 시작한 작품은 아를의 여인이라는 연극 부수음악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알퐁스 도데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의 배경음악이며, 흔히 아를르라고도 하는데, “아를이 공식적인 표기다. 여기서 연극 부수음악이란 그냥 연극음악”, 혹은 연극 BGM”으로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고, “오페레타작은 오페라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연극의 작가 알퐁스 도데는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의 작가이다. 주인공의 이름과 스토리 등 원작과 연극이 살짝 다르긴 하지만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라는 순진한 시골 청년이 프랑스 남부의 도시 아를에 갔다가 바람기 다분한 여인을 보게 되는데, 첫눈에 반한다. 사실 쟝도 상당한 미남에다가 차분한 성격에 훌륭한 인품으로 동네 처녀들의 흠모를 한 몸에 받는 총각이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쟝은 그 날 이후로 지독한 상사병을 앓게 된다. 가끔씩 그 여인과 결혼할 수 없다면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하기도 하자 그 결혼을 반대하던 부모님도 혹시나 쟝이 나쁜 선택이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결혼을 허락하지만, 이내 곧 그 여인의 화려한 과거가 드러난다.

아들을 끔찍이도 사랑하고 걱정하는 부모는 그래도 괜찮다고 하지만, 쟝은 단념하겠다는 말을 한다.

이후 쟝의 상태가 많이 좋아진 듯 보였지만, 어느 날 쟝은 투신자살을 하고, 그의 부모는 평생 아들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빠져 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특이한 것은 이 연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여주인공은 단 한 번도 출연을 안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극은 흥행에 실패했다. 21회에 걸친 공연이 끝날 때 까지 연극은 물론 비제가 작곡한 음악마저도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제는 실망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세간의 어떤 평가에도 비제는 자신의 곡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비제는 이 연극 음악 중 가장 아끼는 4곡을 엄선하여 연주회용 대편성 관현악 모음곡으로 편곡했는데, 이것을 제1모음곡이라고 한다. (중복되는 곡도 있지만 원래 연극에 쓰인 음악은 총 27곡의 소편성 관현악곡이었다.)

그리고 비제의 사후(死後) 4년 뒤 그의 친구이자 파리음악원 작곡과 교수였던 기로(Ernest Guiraud)”라는 사람이 또 다른 4곡을 발췌하여 편곡하였는데, 이것이 제2모음곡이다.

흥미로운 것은 제1모음곡의 첫 멜로디와 제2모음곡의 마지막곡 주제선율이 같다는 것이다. 두 모음곡 모두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비제가 직접 선곡한 제1모음곡 보다 오히려 제2모음곡이 대중들에게는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의 감상곡은 제2모음곡 중 미뉴에트파랑돌(Farandole)”이다. 1, 2모음곡 전체에 대단히 아름다운 곡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대중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두 곡이 연달아 수록된 동영상이다.

https://youtu.be/35aaG7-7qhM?t=11 (클릭)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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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오는 미뉴에트는 하프의 아르페지오 반주에 플루우트의 아름다운 선율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이 곡은 아를의 여인에 나온 게 아니라, 편곡자인 기로가 비제의 오페라 베르트의 아름다운 소녀에 나온 멜로디를 가져와 편곡한 것이라고 한다.

고교시절 바하의 “G 선상의 아리아를 플루우트로 연주한 음악과 함께 비제 아를의 여인의 여성적인 선율이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로 나오는 바람에 매일매일 심쿵했던 기억이 있다.

이어서 나오는 파랑돌은 비제의 음악적 색깔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곡으로 관현악 all part 의 묵직한 소리로 시작되며, 동영상 447초부터 제1, 2 바이올린이 주선율을 연주하면 비올라, 첼로가 따라하는 근접모방 기법이 나온다. (플륫을 제외한 목관과, 호른이 함께 나오면서 음색을 첨가해 준다.)

연극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비제의 음악만은 모음곡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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