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88) 찌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88) 찌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
  • 최왕국
  • 승인 2019.04.08 0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바이올린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연주해 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명곡이며 난곡(難曲)찌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은 스페인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 사라사테(Pablo Sarasate, 1844-1908)의 작품이다.

파가니니 이후 최고의 기량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히는 사라사테는 군악대에서 음악 활동을 하던 아버지에게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10세때는 여왕 이사벨라 앞에서 연주를 하여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악기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17~18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stradivari)”가 만든 악기를 말하며 현재 10억에서 30억을 호가(呼價)하는 명기(名器)이다.

사라사테는 1860년과 1861년 파리와 런던에서 정식으로 데뷔했고, 유럽 각지와 미주지역에 걸친 연주여행을 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사라사테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지는 그 시대를 풍미한 유명 작곡가들의 헌정곡을 보면 알 수 있다.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2,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바이올린 협주곡 1”,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등 바이올린의 명곡들이 그를 위해 만들어진 곡들이다.

오늘 감상곡은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이 연주하는 찌고이네르바이젠이다.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사라사테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찌고이네르바이젠이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겨 클래식 팬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둥지를 틀었다. 바이올린 연주 기법에 대하여 깊이 알지 못하면 도저히 작곡할 수 없는 이 곡은 G현을 거칠게 마찰하는 끈적끈적한 소리로부터 시작하여, 마치 나비의 날개짓 같은 고음역의 짧은 16분음표의 연속 진행과 세상 모든 비극의 주제 선율을 다 모아놓은 듯한 슬프고도 감성적인 멜로디와 화려한 연주 테크닉 등 그야말로 바이올린 연주곡의 종합 선물세트.

https://youtu.be/Lrm7Fs7Ta48 (클릭)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한편 이 곡의 제목인 “Zigeunerweisen”집시의 멜로디라는 뜻인데, 사라사테가 헝가리 지방을 여행할 때 그 곳에 사는 집시들의 민요들을 수집하여 소재로 삼아 쓴 곡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곡에는 집시음계라고도 불리는 헝가리 단음계가 주로 사용되었다. (집시음계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이 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은 폭발하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짧은 전주로 시작되며 현악기군과 팀파니의 트레몰로가 긴장감을 더해준다. 곧이어 나오는 바이올린 G현의 개방현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부분부터 청중들은 바이올린 독주의 마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바이올린이 낼 수 있는 최저음인 G현의 개방현으로부터 초고음역까지 아르페지오 기법으로 단숨에 돌파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분출되는 부분이다.

우수에 젖은 2악장에서는 집시들의 고달픈 삶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 있다. 감성 충만한 사라장의 연주는 마치 내가 집시가 되어 부다페스트 시내 뒷골목에서 삶의 무게와 싸우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 동영상의 553초부터 시작되는 세 번째 부분은 사라사테가 아니면 도저히 상상해 낼 수 없는 현란한 연주기법이 등장한다. 특히 이 곡의 끝부분(7분 이후)에는 왼손 피치카토(pizz.)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엄청난 고난도의 연주기법이다.

바이올린 연주에서 일반적으로 왼손은 현을 짚어서 길이를 조절하고, 오른손은 활을 잡고 현을 마찰하여 소리를 내거나, 현을 튕겨서 피치카토 주법을 연주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오른손으로는 활을 사용한 연주를 계속 하면서 핑거보드 위에 있는 왼손가락 4개 중 일부는 현을 짚고, 일부는 현을 튕겨서 피치카토 주법을 구사하게 된다. 어마어마한 연습과 노력이 아니면 도저히 소화해 낼 수 없는 테크닉이다.

흥미로운 것은 협연하는 관현악단에 지휘자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주 형태는 바로크 시대에는 흔한 광경이었지만, 낭만파 작곡가의 작품을 이렇게 연주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악장과 독주자가 오케스트라를 리드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지휘자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고, 피아노 반주로만 연주하는 경우도 흔하게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