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말의 함수(函數)
[세상의 자막들] 말의 함수(函數)
  • 임영석
  • 승인 2019.04.15 0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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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 임영석<시인>

말(言)에도 함수가 있다. 이 말을 하면 저 말이 튀어나온다. 이 말의 함수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놀음판이고 정치판이 아닌가 생각한다. 놀음판에서 돈을 잃은 사람은 돈을 잃은 명분이 있고, 딴 사람은 딴 명분이 분명히 있다. 또한 정치판도 낙선한 사람과 당선한 사람의 명분이 분명하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은 이 지구상에 사람이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끝없이 되풀이해서 사용해도 그 말이 식상하다거나 싫다는 사람은 없다. 사랑이란 말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밑천의 말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정해진 답이 없다. 서로가 좋아하는 사람마다 어떤 말을 하여도 두 사람 사이에 생각되는 생각들이 다르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수란 반듯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의 생각의 길이에 따라 내 생각도 정해지게 되어 있다. 이것이 사람이 살면서 맞이하는 삶의 함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문제들이 함수다. 어떤 사람은 꼬인 말의 실타래를 잘 풀어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꼬인 실타래가 더 꼬이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것을 사람들은 운명이라는 말로 두리 뭉실 덮어 넘기지만, 정확하게 짚어보면 원리와 원칙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억지의 말을 할 때 말의 함수가 생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미디어의 세상이다. 눈만 뜨면 신문에 인터넷, 방송 뉴스, 영상매체 등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살아가야 한다. 어떤 것이 참된 것인지, 어떤 것이 가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말의 함수가 더 많이 발생되어 혼탁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마치 만우절에 거짓말을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밥 먹듯 해도 그러려니 하는 세상이 되어 간다는 게 문제다.

이는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도 하니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이를 믿지 않는 것처럼 말의 함수는 곳곳에서 발생된다. 며칠 전 강원도 고성 등의 산불이 발생했을 때 걱정이 되는 마음에 이 방송 저 방송 채널을 돌려가며 산불이 진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러나 정작 재난방송사라는 KBS는 YTN, 연합방송, JTBC 등의 방송보다도 뒤늦게 방송을 했다. 왜 시청료를 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들었다.

한 번 두 번 신뢰를 잃으면 그 말을 믿지 않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곳에 적용이 된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는 모습을 보여야 세상이 살맛 나는 세상이 된다. 그런데 그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지는지 눈 씻고 뒤집어 보는 언론 매체가 없다 보니 요지경 세상으로 되어 간다고 생각된다. 정치인이 밥만 먹으면 입버릇처럼 거짓말하고 상대를 공격하고 흠잡는데 혈안인데, 이 입에 재갈을 물리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그런 정치인이 판을 치는 것이라 본다.

사람이 짐 중에서 그림자만큼 무거운 짐이 없다고 한다. 제 그림자 하나 덜어내지 못하고 사는 게 사람 삶이다. 말의 함수는 사람의 그림자 길이와 닮았다. 해가 어느 방향에 떠 있느냐에 따라 내 그림자 길이가 길고 짧음이 드러나듯이 사람의 말도 삶의 상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물에 사는 물고기의 입장과 허공을 날아가는 새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다 이해한다. 그러나 새는 새고 물고기는 물고기라는 서로의 입장으로 돌아서면 각자의 입장이 뒤바뀐다. 이 모습이 한국의 정치판에서 수십 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말의 함수들이다.

어떻게 이 말의 함수를 풀어야 할까 많은 사람이 고민을 할 것이다. 답은 하나다. 선택을 잘해야 한다. 함수 같은 말만 내뱉고 국민의 삶과 무관한 정치 싸움만 일삼는 정치인을 배척해 내지 못하면 그 몫은 선택을 한 국민의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아직도 X 측, Y 측 변의 길이를 정해야 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고 있다. 촛불 때문에 산불이 번졌다는 말을 내뱉는 사람도 있고,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하고 장관들을 버젓이 내정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말과 행동은 땅의 수분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비가 내리듯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말 같지 않은 말의 함수로 국민을 현혹하는 일은 한두 번에 족할 것이다. 양치기 소년이 되지 마라. 풀잎이나 나무 모두 같은 땅 위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각자 사는 방식은 다르지만 나무의 뿌리는 풀잎이 썩은 땅에서 자라야 튼튼하다. 정치인의 말은 민초들에게 비료가 되고 제초제 같은 말이 된다. 국민의 삶이 문드러지지 않도록 말의 씨를 잘 남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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