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 인생의 스포일러(spoiler)
[이재구 칼럼] 인생의 스포일러(spoiler)
  • 이재구
  • 승인 2019.05.0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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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구 변호사
△ 이재구 변호사

요즘 영화 ‘어벤져스’의 인기가 높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 인터넷 댓글로 미리 결말을 알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스포일러를 당했다고 표현하는데, 영화를 보는 재미란 결론을 모른 채 스토리 전개에 몰입하고, 긴장감을 최대로 느끼면서 마지막 결말에 대한 쾌감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줄거리를 미리 알고 결말을 영화를 볼 경우에는 이러한 몰입감이나 반전에 대한 쾌감을 덜 느끼게 될 것이 뻔하다.

미국에서 왕좌의 게임 스포일러에게 손해배상 청구한 적 있다. 이러한 스포일러는 어떤 불법행위가 되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많다. 스포일러 때문에 실망하여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하여 업무를 방했다고 보긴 어렵다. 관객이 결말을 알게 되자 기분이 나빠서 안갔다고 하더라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왕좌의 게임’ 제작진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거짓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왕좌의 게임을 제작한 HBO의 편성 국장인 캐시 블로이스는 최근 펜실베니아주 모라비안 대학 연설에서 “‘왕좌의 게임’의 프로듀서들은 스포일러를 유출하는 사람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거짓 엔딩을 촬영한다. 그래서 아무도 진짜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포일러 방지 앱도 등장했다. 일정한 용어가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이나 기사, 블로그, 트위터 등의 SNS를 차단해 주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관련 영상을 클릭하였다가 해당내용에 대한 결말을 스포일러 당해 기분을 잡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이다. 스포일러는 SNS를 통해서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극장이 화장실, 극장 주변의 커피숍, 극장 앞 지하철 역 등에서도 우연히 옆에서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스포일러를 피할 수 없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은 가장 빨리 영화를 보는 것이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쨌든 결말을 대출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재미없어지니까 말이다. 이것이 본방을 사수하여야 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스포츠 경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결과를 모른 채 경기를 즐기는 것은 생중계를 보는 것이다. 아니면 스포츠 뉴스를 애써 보지 않고 재방송을 보는 수밖에 없다.

영화나 드라마 처럼 인생을 스포일러 당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점을 보러가거나 사주팔자를 보는 것이다. 영화와 같은 가상현실이나 허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토리에 대하여는 스포일러 당하는 것을 꺼리면서 진짜 인생에 대하여는 굳이 스포일러를 당하려고 하는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우연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많다.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 결혼 상대자를 의도하지 않은 과정으로 만나는 것, 세기의 발명 등과 같은 것도 우연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우연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장래 우연히 발생할 일을 누군가가 미리 알려준다면 우리의 삶은 무미건조하게 결과만 기다리거나 자포자기하는 인생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성공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믿고, 마음 속에 미래를 알려주는 스포일러를 방지하는 앱을 깔고 스스로 개척해 나갈 인생의 영화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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