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도시 전주에서 보내는 편지
[문화칼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도시 전주에서 보내는 편지
  • 전영철
  • 승인 2019.05.06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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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한국지역창생연구소장, 관광학박사]
△전영철 [한국지역창생연구소장, 관광학박사]

박경리 작가가 원주시민 곁을 떠나가셨던 11년 전 전주국제영화제를 거닐던 40대 초반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전주에서 며칠을 보내고 있다. 원주한지문화제가 21년을 맞이하여 축제 개막 다음날 원주를 떠나왔다. 한국관광공사 간부와 담소자리에서 2019년 여행트렌드를 소확행(소소한 것에서 느끼는 확실한 행복)에서 소만행(퇴근 후 소소한 것을 만드는데서 느끼는 행복)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2019년 여행주간에서 두드러질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여행주간 CF에서 간현출렁다리와 한지뜨기 체험장면을 삽입하여 주었다. 원주는 한국관광공사의 덕분으로 여행주간 이전부터 이미 관광도시로 각인되었다. 실로 고마운 일이다.

황금연휴는 현장 연구학습의 좋은 기회이다. 원주한지문화제 개막 때문에 놓친 전주영화제 개막식은 아까웠지만 전주한지축제며 전주국제영화제는 지금 한창 달아오르고 있다. 일상의 도시관광과 전주한옥마을의 오버투어리즘, 국제적인 축제인 영화제와 지역마케팅, 지역고유자원의 활용과 문화적 재생 등등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전주에 오기 전 대구에 들러 관등놀이축제와 대구한방약령시축제도 보고 원주댄싱카니발과 유사한 대구컬러풀축제도 볼 기회가 있었다.

관광학자로서 최근에 축제, 관광, 도시재생, 지역개발, 문화현상을 보면서 현장에서 동료학자, 연구자들과 전문가와 기획자들과 진지하게 토론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 출렁다리가 많은 사람들을 집객했다 하니 여기저기 길이의 경쟁을 하다 이제 높이의 경쟁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걷기길 조성, 번지점프장, 레일바이크, 캠핑장에 이은 복제현상이다. 다음엔 아마도 루지가 될듯하다. 서로 지자체가 경쟁하듯 출혈경쟁을 하는 철학 없는 베끼기의 열풍 속에서 지역을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 바로 지역에 대한 깊은 학습과 진단에서 나온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는 게 가장 빠를 것이다. 문화는 시민들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도구이다. 그런 의미에서 1999년 민간에서 발굴하여 전국적인 축제로 성장시킨 한지문화제의 공은 실로 대단하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했던 문재인대통령이 사마르칸트를 방문해 뽕나무로 만든 사마르칸트지를 소개받자 우리에겐 닥나무껍질로 만든 한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고구려 유민으로 탈라스전투에 참전했던 고선지 장군이 전해주었던 우리의 한지를 실크로드와 겹친 페이퍼로드를 이야기 하신 것이다. 통일이 된다면 한지는 한중일과 북측을 연결하는 동북아문명의 교류뿐만 아니라 페이퍼로드를 따라 사마르칸트를 지나 면으로 종이를 만드는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프랑스 앙베르를 연결하는 엄청난 세계문명사의 복원을 가져 올 것이다. 이미 대통령님은 한지가 가지는 시간과 공간을 연결해주는 인류문명사적 가치와 의미를 알고 계셨던 것이다.

전주에서 와서 보니 원주의 한지에 대한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많은 문화적 자산을 가진 전주는 한지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차원에서 이미 다각적인 차원에서 공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한지산업지원센터와 한지축제가 그것이고 센터의 운영방식도 디자인개발, 연구개발, 체험, 홍보 등을 덧붙여 해외마케팅까지 문화와 산업적인 차원의 지향점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다. 원주한지문화제의 예산은 도우수축제에도 내밀기 민망한 안흥찐빵축제 반도 안되는 2억 원도 채 안된 예산에 한지테마파크 예산도 빈약하다고 들린다.

복제문화로 대변되는 콘텐츠의 Ctrl+C, Ctrl+V가 아닌 진정한 지역고유 한지문화를 발견해내고 축제로 산업으로 키워낸 원주한지문화제위원회와 한지개발원 그리고 한지를 사랑하는 원주시민들 대단하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원주는 행정과 문화도시였다. 그 한지문명을 가지고 조선시대 가장 많은 과거급제자를 배출했던 빅 3도시 중 하나이다. 열악한 시 재정탓도 있겠지만 지역고유문화에 제대로 지원도 안하고 문화도시와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지향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하기까지 하다. 이미 시민들은 원주한지를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그런 원주를 전주는 거꾸로 부러워하고 있다. 시민들이 살린 문화유산을 잘 활용하는 원주가 되기를 원주를 고향으로 둔 두 아이의 아빠로 전주에서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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