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90) 쇼팽과 리스트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90) 쇼팽과 리스트
  • 최왕국
  • 승인 2019.05.0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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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참 우습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음대 입시를 준비하던 고2~3 시절 필자는 클래식에 매료되어 팝송이나 가요는 음악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편협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대중음악은 음악을 제대로 모르는 장삿꾼들이나 하는 3류음악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어느날 우연히 “I like Chopin”이라는 팝송을 듣게 되었다. 통통 튕기는 전자 사운드의 멜로디가 4마디 나온 후, 밴드 합주에 맞추어 피아노로 멜로디가 나오고 곧이어 남자 가수의 노래가 나오는데, 철딱서니 없던 필자는 그 전주에 매료되던 내 자신을 애써 억누르며 아니 그렇게 쇼팽이 좋으면 클래식을 할 일이지 뭐하러 팝송을 부른대?’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노래가 자꾸만 떠오르고, 전주의 통통거리는 전자 사운드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니 도대체 쇼팽이라는 사람은 대중음악 하는 사람에게까지 어떤 감동을 주었길래 팝송에서 까지도 쇼팽을 추앙하고 있을까?’

훗날 철들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쇼팽(F. Chopin 1810~1849, 폴란드)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작곡가였다. 쇼팽 당시의 음악 애호가들은 연주 기교가 뛰어난 곡들을 선호하였는데, 그건 훌륭한 테크닉을 가진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연주회장에 다닐만한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었다.

그러한 연주가들을 일컬어 비르투오소(virtuoso)”라고 하였는데, 원래 비르투오소란 도덕성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 단어지만, 예술가에게 있어서는 연주 기교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비르투오소라고 하면 리스트(F. Liszt 1811~1886, 헝가리)를 빼놓을 수 없는데, 리스트는 어린시절부터 피아노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체르니의 제자가 되어 본격적인 피아노 수업을 받았다.

체르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체르니 피아노 연습곡집의 저자이며, 베토벤의 제자다. 그러니까 리스트는 베토벤의 제자의 제자인 셈이다.

리스트에 관한 소문은 많지만 그 중 가장 황당한 것은 그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의 두 옥타브를 닿을 수 있다는 설인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13도까지는 닿을 수 있었다고 한다. 손이 큰 편에 속하는 피아니스트들도 11도 정도인데, 13도면 실로 대단한 크기라고 할 수 있다.

11도는 에서부터 시작하여 한옥타브 위의 까지이며, 13도는 에서 한옥타브 위의 까지 닿는 것인데, 요즘 젊은이들 표현을 쓰자면 정말 후덜덜이다. 필자의 손은 간신히 9도에 닿는 정도이다.

리스트는 피아노 연주의 초절정 기교를 구사함으로써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리스트의 곡들도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최고의 난이도로 손꼽히는 곡들이 많다.

반면 쇼팽은 기교보다는 서정성에 중점을 둔 음악가였다. 보통 쇼팽의 별명을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쇼팽의 곡들은 대부분 섬세하고 아름답고 멜로디컬한 것들이 많다.

 

반면 리스트의 곡들은 화려하고 테크니컬하며 남성적인 것들이 많다. 똑같은 멜로디를 표현하더라도 쇼팽은 단음 멜로디를 이용하여 직설적으로 표현하는데 비하여, 리스트는 옥타브 더블링을 쓰거나 아르페지오를 삽입하여 화려하게 만드는 등의 고난도 테크닉을 구사한다.

그렇다보니 화려한 연주기교를 좋아하던 당시에 리스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음악 인생을 살았고, 쇼팽은 뒷전으로 밀려야 했다.

다행인 것은, 리스트는 성격이 좋았고 쇼팽을 좋은 친구로 생각하여 사람들에게 쇼팽을 널리 알리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며, 개인적인 도움도 많이 주었다. 한 살 차이의 두 사람은 교류도 많이 했는데, 쇼팽의 에튀드 op.10에 해당하는 12곡이 리스트에게 헌정되었다.

음악 장르에 있어서 쇼팽은 “only piano”였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피아노 독주를 위한 곡들이며 관현악곡도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외에는 별로 없는 편이고, 피아노 외의 다른 악기를 위한 실내악으로는 피아노트리오와 첼로곡과 가곡 정도가 있을 뿐이다.

반면 리스트는 관현악법에 있어서도 대가(大家)로 추앙받고 있으며, “교향시라는 장르를 개척하여 표제음악의 새로운 장을 연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나이는 쇼팽이 한 살 위였지만, 쇼팽은 단명했고 리스트는 장수했다.

오늘 감상하실 곡은 서두에서 언급한 팝송 “I Like Chopin”이다.

https://youtu.be/61AoMeNd8KY (클릭)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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