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가족
[세상의 자막들] 가족
  • 임영석
  • 승인 2019.05.19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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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 임영석<시인>

람이 자기 운명으로 바꿀 수 없는 게 가족이다.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 아니고서는 가족이 될 수 없다. 가족은 한 집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말보다는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라는 말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가족은 7남매가 있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위로 세 분의 형님, 두 분의 누님, 나, 남동생, 7남매가 18명의 아들, 딸을 두고 있다. 18명의 조카들이 해마다 자식을 낳고 있어 그 수가 늘 수시로 변하고 있다. 이중 큰 매형과 큰형님, 두 분이 돌아가셨다.

우리 가족은 15년 전부터 매년 7월 2주 차 토, 일요일에 모임을 갖는다. 모임의 목적은 서로 얼굴을 보자는 것뿐이다. 뿔뿔이 흩어져 살다 보니 아무리 마음이 지극하여도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드릴 수가 없다. 그래서 가족이 모이는 날에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를 드리기 위함이다.

각자 자기 가정마다 가족들 간에 상호 친목을 유지하는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보통의 가족들이라면 이렇게 친목을 유지하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게 보통일 것이다. 하지만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러 바라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주노동자, 한 부모 가정, 소년소녀 가장들, 그리고 이보다 더한 것은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게 태어난 장애우 가정의 삶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지인 중 발달장애우를 가르치는 분이 있는 데, 그 부모의 헌신적 노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지극하다고 말한다. 그 발달장애우의 부모님 사랑은 세상 어떤 말이나 꽃으로 비유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래서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불행하다고 말하지만, 건강하게 태어난 그 자체가 금수저이다고 말하고 싶다. 부모가 나에게 건강한 몸을 준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여야 한다. 한 부모 가정, 소년소녀 가장, 이주노동가, 가난한 가정, 이것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다. 돈이 많다면 치료가 가능한 부분도 있겠지만, 신체적 건강은 돈이나 노력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시를 공부해 등단한 시인이다. 30여 년 가까이 노동자로 일하며 매달 급여의 1%는 내가 읽을 책을 샀다. 가족을 사랑한다면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강하고 건강한 사람으로 만들어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나약한 것은 지켜주지 못한다.

가정의 달이다. 부모님께 음식을 대접한다면 한 끼의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모님의 취미 활동을 응원한다면 1년의 행복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자녀에게도 돈보다 책을 선물해 준다면 많은 지혜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책 속에는 많은 지혜가 담겨 있다. 책 속에 담긴 과거가 미래의 답이라는 것을 바라보아야 한다.

부모님이 계시고 자녀들이 있다면 손잡고 주변에 있는 천 년 세월의 나무를 찾아가 보라. 반계리 은행나무도 좋고, 행구동 777 번지에 있는 천년 느티나무도 좋고, 그 나무가 어떻게 천년을 버티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바라본다면 나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나뭇잎을 피우는 것은 어린 나뭇가지이지만, 그 뿌리 또한 새롭게 뻗어가야 물을 빨아들인다. 사람도 새로운 힘, 새로운 정신이 천년 고목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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