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혁신도시, 진짜 유령도시 만들 셈인가?
[비로봉에서]혁신도시, 진짜 유령도시 만들 셈인가?
  • 심규정
  • 승인 2019.06.2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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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발행인·편집인)
△심규정(발행인·편집인)

정확히 두달전. 혁신도시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병풍처럼 치악산을 배경삼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웅장한 공공기관 건물, 수변공원 야경이 굽이쳐 혁신도시를 관통하는 모습은 야간 볼거리의 백미다. 보훈요양원·도서관은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2사옥 신축공사 등 여기저기서 개발의 굉음소리가 여전하다. 최근 고교생 딸아이로부터 전해들은 말은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아빠, 혁신도시로 이사갔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거기 유령도시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언론이 혁신도시를 빗대 유령도시라고 하니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여고생들이야 오죽했을까. 그래서 구글검색을 통해 유령도시를 검색해 봤다. “Ghost Town. 비유적인 의미로 사람이 더 이상 살게 되지 않게 된 지역을 의미한다.(중략) 그 원인은 산업 구조의 변화, 정치적 배경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부터 전쟁이나 자연재해, 환경파괴 등 외부적 원인 등 다양하다고 돼있다. 따라서 혁신도시를 유령도시라고 부르는 것은 전형적인 형용모순이다.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속빈강정이 맞을 것이다. 원주시민 입장에서는 겉 다르고 속 다른’, 혁신도시 직원들 입장에서는 마음 따로 몸 따로아닐까.

강원혁신도시는 이전대상 공공기관 13개 가운데 지난 201612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마지막으로 이전하면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강원도의 랜드마크’, ‘희망의 아이콘으로 천지개벽할 것 같았다마치 자석과도 같이 유관 기업체,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에 따른 수도권 인구를 확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됐다. 허나 성과는 기대이하다. 고갱이만을 뽑아서 요모저모 따져보자. 인구는 5월 말 현재 42,000명으로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 시작된 2013년 말(2500)보다 갑절 증가해 외견상 그럴 듯 해보이지만, 상당수 관내 전입(강원도)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지표는 암울하다. 가족동반 이주는 37.5%, 클러스터용지 분양률은 7.9%, 지역 인재 채용은 29.1%미만이다. 우후죽순 들어선 상가는 또 어떤가. 공실이 늘어나자, 궁여지책으로 장기 임대료 할인 등 파격 임대조건을 내건 상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출·퇴근길 공공기관 앞은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실어 나르는 통근버스가 줄지어 서있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마치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 나가듯. 이 때문에 혁신도시 상가는 평일 야간에도 장사가 영 신통치 않다. 주말은 개점휴업 상태고, 도로는 차량운행이 뚝 끊겨 마치 적막강산을 방불케 한다.

이런 가운데 도내 자치단체마다 제2혁신도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공공기관 122곳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여당 고위관계자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그런데 정작 국토교통부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내 자치단체의 유치행보는 저 만치 앞서가고 있다. TF팀을 발족하는가 하면 정부에 건의문 전달, 시의회 건의문 채택, 해당 지자체 홍보에 나서는 등 경쟁의 가속패달을 쉬지 않고 밟고 있다, 공공기관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반딧불이 같은 일말의 기대감과 전국 자치단체마다 경쟁에 나서는 마당에 태연자약할수 없으니 당연한 풍경이다.

하지만 우리는 냉정하게 한번 되돌아 봐야한다. 혁신도시 특별법에는 1개 광역시에 1개의 혁신도시를 조성한다고 돼있다. 혁신도시 건설을 계기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서 지역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 바뀔 수도 있지만 말이다.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인 제2혁신도시는 어떻게 지정할 것이며 공공기관은 어떤 방식으로 추가 배정할 것인지, 산적한 현안이 수두룩해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 질 수 밖에 없다. 혁신도시의 첫 단추를 꿰었으니 선시선종(善始善終)한다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잘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으로 동일 권역에서 공공기관을 이 도시 저 도시 나눠먹기 해서는 안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았나. 기존 혁신도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제2혁신도시는 원주로 와야 한다. 지금과 같이 혁신도시의 성과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곳에 이란성 쌍둥이를 잉태한다면 제2의 혁신도시 또한 진짜 유령도시란 오명을 뒤집어 쓸수도 있다. 강원혁신도시의 반면교사가 제2혁신도시의 정답이다. 헬리콥터식 사고로 먼 숲을 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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