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 처방전
[기고] 북 처방전
  • 원주신문
  • 승인 2019.06.3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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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북스리브로 원주점장

요즈음 방송을 비롯한 수 많은 미디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 북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자 책이 유행인 때에 종이 책을 고집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종이 책을 온전히 즐기며 그것만의 매력에 빠진 독자들도 분명히 존재하며 그 수도 상당하리라 믿고 싶다. 독서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이 때 책을 가까이하려는 독자들을 한 분 한 분 뵐 때마다 진심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나도 어쩔 수 없는 책 장이구나 새삼 느끼곤 한다. 독자 여러분들은 책을 고를 때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대부분 유명 서점의 베스트셀러나 방송이나 기타 미디어에 노출되어 광고 되고 있는 책들에게 먼저 손이 갈 것이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진 책들이 나에게 맞을 확률도 높아지는 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린 이 시점에서 다시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나는 정말로 내게 도움을 줄 책을 제대로 고르고 있는가? 다른 사람이 좋다고 재미있다고 추천한 책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게 맞추려고 하지는 않는 지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얼마 전 어디에선가 북 처방전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들은 적이 있다. 우리도 우리의 영혼을 충분히 적셔줄 수 있는 내 마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꼭 알맞은 책을 골라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자면 수학의 기본기가 부족한 친구가 참고서를 사려고 할 때 설명이 풍부한 개념도서를 구입하는 것이 맞는 것인 지, 문제 수가 많은 문제집을 구입하는 것이 맞는 것인 지, 고민을 해 봐야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즈음 학생들이 학원을 많이 다니다 보니 문제 위주의 학원 교재에 익숙해 설명이 많은 개념도서를 선택하지도 않고 잘 보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보기 힘들다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줄 개념도서를 외면한다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길은 점점 요원해 질 것이다. 이런 사례는 유명한 세계 명작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어린 왕자’를 보자면 작품 속에 나오는 등장 인물 중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 본 어른들의 불편한 모습이 등장한다. 아무도 없는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님, 세상 사는 것이 부끄러워 술만 마시는 술꾼, 돈만 밝히는 사업가, 하루 종일 가로수 스위치만 껐다 켰다 하는 사람,  허영심이 많아 오직 자신을 찬양하는 말에만 반응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원래 어린 왕자는 어른들이 읽고 혼탁해진 마음을 씻고 어린 왕자의 마음처럼 순수하게 변해가 라는 취지에서 만든 책인데 세계 명작이라는 이유로 아님 학교 추천 도서라는 이유로 어린이들이 꼭 읽어야 하는 필독 도서로 변질 되어 버렸다. 또 이 책의 결말에는 어린 왕자 스스로 뱀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내밀어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까지 나오는데 이 책을 자신의 소중한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자면 정말이지 가슴이 아프기까지 하다. 독일 시골 출신 소년 한스가 자신이 하고 싶은 낚시를 포기하고 부모의 바람대로 대도시 신학교에 진학하지만 엄격한 신학교 분위기와 강압적인 교사들의 태도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 신경 쇠약 증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온 후 사랑하는 여성에게까지 외면 받고 그 아픔을 견디지 못해 술을 먹고 다음 날 아침에 물 속에서 싸늘한 시체로 변해 발견 된다. 아주 유명한 스토리인 도서지만 처음 접한 독자라면 줄거리만 읽어도 기분이 우울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놀랍게도 중학교 필독서로 굉장히 많이 팔리고 있다면 그것도 유명한 문학 평론가의 추천서를 앞세워 팔리고 있다면 독자 분들은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이 바로 유명한 작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이다. 그 내용이 과연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읽혀져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는 지,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정말로 우리 소중한 자녀들에게 읽혀져 그들 영혼에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앞으로 그들이 살아갈 때 큰 힘을 줘야 할 도서가 그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면 차라리 그들이 좋아하는 좋은 영상들을 보도록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출판과 도서 판매가 주 업무인 나 자신도 책을 만들고 권할 때 좀 더 신중히 접근하고 진지하게 고객을 대해야겠다는 반성과 함께 아무쪼록 책을 사랑하는 독자 분들이 읽은 책을 통해 험한 이 세상에 유일하게 비치는 한 줌의 빛이라도 발견하게 되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출판과 도서 판매가 주 업무인 나 자신도 책을 만들고 권할 때 좀 더 신중히 접근하고 진지하게 고객을 대해야겠다는 반성과 함께 아무쪼록 책을 사랑하는 독자 분들이 읽은 책을 통해 험한 이 세상에 유일하게 비치는 한 줌의 빛이라도 발견하게 되길 진심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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