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강함과 유연함의 조화
[살며 사랑하며] 강함과 유연함의 조화
  • 임길자
  • 승인 2019.07.07 0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길자〈정토마을 원장〉
△ 임길자〈정토마을 원장〉

태강즉절(太剛則折)!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는 말이다. 나무도 사람도 마냥 강하기만 하면 부러지기 쉽기 때문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숲속의 갈대와 고무나무가 서로 자기가 더 강하다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고 있었다.

고무나무는 갈대를 보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쓰러지는 네가 무슨 힘이 있느냐’며 비난했다.

마침 갈대가 반박하려 할 때 갑자기 강풍이 불어왔다. 갈대는 허리를 굽히고 바람에 몸을 맡겨 뿌리가 뽑히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람에 꼿꼿이 맞선 고무나무는 뿌리째 뽑혀버렸다. 고무나무는 왜 쓰러진 것일까? 강풍에 맞설 용기는 있었지만 유연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대는 유연함이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인성을 흑백 논리로 말하면 강함과 유연함 이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따라서 강함을 추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유연함을 지녀야 하는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져진 화두이기도 하고 성공 처세술의 미션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에겐 사회 진출의 기회마저 매우 제한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가부장적 유교 사상과 남성 우월주의가 만연한 전통에 억매여 남성의 보조자로서의 역할만을 해왔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는 남성들의 차지였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여성들의 힘찬 추격은 사회형태를 변화하게 했다. ‘남녀평등’, ‘여성차별 철폐’ 라는 세계적인 인식아래서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났고, 이제는 남성과 여성의 대결이 아닌 인간 대 인간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0대~60대 까지 남녀 150여 명을 대상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여성파워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전 법무부 장관 강금실, 발레리나 강수진, 대법관 김영란, 소설가 박경리, MK 픽처스 이사 심재명, SKT 상무 윤송이, MBC 기자 이진숙, 애경그룹 회장 장영신, 성악가 조수미, 국무총리 한명숙, 월드비전 팀장 한비야,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등이 선정되었다.

이 중 필자가 알고 있는 두 사람의 여성 지도자를 소개하면, 한 사람은 한국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이다. 그녀는 국민들에게 많은 관심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크린을 달구었던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현직 판사로서 운동권 출신의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고난의 세월을 보냈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정체성을 소유하고 있는 그녀는 노력과 희망을 잃지 않았으며, 많은 여성들에게 강함과 유연함을 지닌 멋진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한사람은 여성 최초의 국무총리였던 한명숙이다. 여성 국무총리가 탄생한다는 소식에 모든 언론과 여론에서는 새로운 총리에 대해 관심이 꽤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는 민주화 운동으로 청춘을 살았다. 그 시절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연행되어 고문에 다치고, 죽고, 간첩으로 내몰리는 상황아래서 여자임에도 절대 두려워하지 않고, 옳고 바름의 길에 섰다. 사람들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녀들의 내면에 담겨진 강함과 유연함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이름으로 한 시대의 어울림과 조화로움에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유연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것이지만 그것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후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증가하는 지식의 물결속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바쁜 생활로 교류와 소통이 단절되어 서로 간에 생기는 거리감, 이런 저런 가정사로 더해지는 스트레스 등이 우리를 많이 힘들게 한다. 이런 것들을 견디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도 있고, 자살로 현실을 도피하는 이도 있다. 이러한 비극이 생겨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사회적 환경이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바탕에는 자신을 향한 신뢰와 유연함 부족 아닐까 싶다. 삶의 유연함은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나약한 인생을 강하게 만들어내는 영양제이기도 하다.

사회 안팍에서 여러 가지 요동이 심한 요즘!

지도자들의 성숙하고 절제된 언어와 바르고 부드러운 리더십이 절실해 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