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베토벤(1770-1827)은 기타를 가리켜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말 한 바 있다. 기타는 악기 하나로 동시에 여러 음을 낼 수 있고, 화음과 강약을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독주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나 성악의 반주 악기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해 주었다. 이렇게 기타는 당시 유럽의 중산층 가정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한편 피아노는 기타보다도 동시에 더 많은 음을 낼 수 있고, 강약 표현도 더욱 폭넓게 할 수 있었지만 피아노라는 악기의 부피와 가격을 생각하면 귀족층 이외의 가정에서는 쉽게 소유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쇼팽(1810~1849)이 태어나고 활동하던 19세기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대중화된 시기로서 귀족층은 물론 중산층에도 널리 보급되었다.
피아노의 대중화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쉽게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인기를 누릴 것 같았지만, 실상은 오히려 연주 기교가 뛰어난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들이 인기를 누리는 시기였다.
쇼팽은 피아노 연주 기법의 새로운 지평을 연 피아노곡 전문 작곡가이다. 쇼팽은 리스트 등 당대의 유명한 피아노곡 작곡가들에 비하면 기교 보다는 서정성에 중점을 둔 작곡가였는데, 아무리 쇼팽의 곡이 당시 타작곡가들의 작품들보다 쉽다고 해도 아마추어들이 쉽게 연주할 수준은 아니었다.
쇼팽의 에튀드는 피아노의 연주 기교를 익히기 위해 쓰여진 곡인데, 기본적인 연습부터 극히 고난이도의 단계까지 연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실 그 전에도 우리가 잘 아는 '체르니(1791-1857)'의 연습곡들과 리스트의 '초절기교를 위한 연습곡' 등 많은 연습곡들이 있었고, 바하의 인벤션도 아들의 음악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곡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쇼팽의 에튀드는 단순히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단순한 연습곡의 차원을 넘어서, 그야말로 곡 하나 하나가 음악적 아름다움과 기교의 화려함이 절정에 이른 예술작품들이다. 쇼팽에게 있어서 피아노의 기교는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으로 표현하는 어떤 '이야기'였다.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당시에는 보통 악보집 한권에 작품번호 하나가 붙어서 출판되었고, 보통 작품번호는 'Opus(출판번호)'로 표시되었는데, 쇼팽의 에튀드는 Op.10번과 Op.25번, 그리고 나중에 추가된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출판번호마다 12곡씩 들어 있으니 총 27곡인 셈이다.
쇼팽은 그의 절친이자 후견인 격인 리스트에게 Op.10의 모든 곡을 헌정했으며, Op.25의 전곡은 리스트의 부인에게 헌정했다.
오늘은 쇼팽 에튀드 Op.10-3번을 감상하도록 하겠다. 이 곡은 '이별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연인과의 이별이 아닌 조국 폴란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잘 나타낸 곡이다. 쇼팽 스스로도 이 곡에 대해 “내 생전에 이렇게 감미로운 멜로디는 써 본 적이 없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대단히 아름다운 멜로디다.
쇼팽 에튀드가 연주하기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있지만, 사실 이 곡의 앞부분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두 번째 페이지부터는 반음계적 진행을 동반한 까다로운 부분이 나오면서, (앞부분만을 보고서) 평탄한 연주를 기대했던 연습생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깨 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조차도 곡의 구성상 꼭 필요한 것이었으며, 당시 유행인 이른바 '비루투오소' 적인 요소를 충족시키고자 일부러 어려운 부분을 무리하게 끼워 넣은 것은 아니다.
이 곡은 쇼팽 특유의 서정성이 가장 잘 나타난 곡이며, 고통 받는 조국 폴란드에 대한 애국심과 향수를 단조가 아닌 장조 선율로 짙게 우려냈다. 이별의 슬픈 마음을 애써 이겨내려는 듯 밝은 분위기의 마장조(E min.)를 선택했다는 것이 이 곡의 감상 포인트이다.
https://youtu.be/jc7BVt9eQ1M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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