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인심과 민심이 만나는 원주의 시장
[문화칼럼] 인심과 민심이 만나는 원주의 시장
  • 전영철
  • 승인 2019.07.14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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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원주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센터장〉
△전영철 〈원주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 센터장〉

최근 한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에 매주 원주의 미로시장 칼국수집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지난겨울 화마에 휩싸였던 중앙시장에서 다시금 생의 의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졌다. 같은 시대를 치악산 아래 원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전통시장에 대해서 다시금 환기를 불러오는 시간이었다. 원주의 원도심에는 중앙시장을 비롯하여 자유시장, 시민전통시장, 민속풍물시장, 남부시장 등 1㎞ 거리에 무려 다섯 개의 시장이 존재해 왔다.

시장은 한때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를 결집시키는 긍지의 장소였다. 원주도 다를 바 없었다. 평창에서 영월에서 제천에서 충주에서 횡성에서 사람들은 도매시장 격인 중앙시장에 몰려들었고 한때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그래도 지금도 이러한 시장의 열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원주라는 도시가 가지는 저력이 아닐까 한다. 아직 풍물시장은 5일에 한번 장이 서는 곳이다. 5일마다 골짜기에서 나온 사람들은 장터에서 이웃과 친지들과 인사를 나누고 막걸리 잔에 회포를 풀던 곳이었다. 이곳에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심이 싹트고 인심과 민심이 만나고 민심과 인심의 또 다른 발상지였다.

이중환의 택리지를 보면 원주는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영월의 서쪽에 있는 원주는 감사가 있는 곳이며, 한양과는 250리 거리이다. 동쪽은 백두대간과 산에 가깝고, 서쪽은 지평현의 경계에 닿았다. 산골짜기 사이사이에 고원 분지가 펼쳐지고, 명랑하고 수려하여 그렇게 험준하지는 않다. 영동과 영남 그리고 경기도에 끼여서 동해로 수운하는 생선, 소금, 인삼과 관곽 그리고 궁전에 소용되는 재목 등이 모여들어 하나의 도회가 형성되었다" 이중환의 말처럼 원주는 경기도와 충청북도를 경계로 삼고 치악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서쪽에는 강원도에서 철원평야 다음으로 넓은 문막평야를 끼고 있다. 또한 남한강과 만나는 섬강이 흐르고 있어 수로 교통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현대 산업화 사회에 들어서 원주 주변의 농촌의 몰락은 시장의 몰락을 가져왔고 유통구조의 변화는 전통시장의 침체화를 가져왔다. 더구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로 대변되는 신도심의 개발은 전통시장이 있는 원도심을 더욱 쇠퇴하게 만들었다. 이를 살려내겠다고 나선 것이 도시재생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밤 아홉시만 되면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든 곳이 원주의 원도심의 모습이다. 밤을 살리는 것이 시장을 살리는 길이요, 원도심을 살리는 길이다. 강원감영의 복원은 원주의 밤을 새롭게 만나는 계기를 제공하였고 원주의 과거와 만나게 해주는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 속에서 전통시장에 대한 접근방식도 조금은 달리해야 겠다. 변화와 혁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오지도 않은 미래에서 절망을 찾아 안주하고,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 사람들은 지난 세월과 현실 속에서 미래의 답을 찾는다. 이제 원주 전통시장의 문제도 시민들과 상인, 행정의 다양한 생각과 도전이 원주의 원도심을 새롭게 창조해 낼 것이다. 물방울이 호수에 떨어지면 동그라미가 멀리 퍼지듯 원도심의 시장에 생기는 생기가 원주를 새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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