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누구나 공평한 것들
[세상의 자막들] 누구나 공평한 것들
  • 임영석
  • 승인 2019.07.21 2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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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 임영석<시인>

사람이 살다 보면 운명(運命)을 놓고 금수저를 물고 나왔니, 흙 수저를 물고 나왔니, 은 수저를 물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모든 것이 재물이 많고 적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재물은 인위적으로 어떻게 공평하게 하여 태어날 수 없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것을 신(神)은 공평하게 갖게 했다고 본다.

그 첫째가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사람이나 식물 나무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지니게 만들었다.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운명도 달라진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 공평한 시간이 나에게 주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청소부라고 해서, 택배를 배달한다고 해서, 버스를 운전한다고 해서 시간이 나에게만 적게 배분되지 않는다.

그리고 둘째는 세상을 다 내 마음에 담아도 좋다는 마음의 그릇이다. 이 마음의 그릇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되지만, 보이지 않으니 다 공평한 그릇을 주었다고 믿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릇에 어떤 희망을 담을 것인지, 어떤 용기를 담을 것인지, 어떤 노력을 담을 것인지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 그릇이 운명을 좌우한다. 이 마음 그릇은 앞에서 주어진 같은 시간을 담는 그릇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셋째가 상상을 무한하게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같은 시간, 같은 마음의 크기를 가졌다고 해서 상상의 공간을 만들지 못한다. 이 상상의 공간을 같은 시간 위에 펼치고 같은 마음 그릇에 누가 더 많이 담느냐는 것은 열정과 꿈, 노력에 따라 다르다. 바다의 깊이가 오대양 6대주에 따라 다 다르다. 땅의 크기도 나라마다 다 다르다. 그러니 하늘의 색, 별의 색, 세상에 자라는 것들이 다 틀리다. 그 틀린 이유가 생각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은 같은 시간과 같은 마음의 크기, 무한하게 상상할 수 있는 생각의 그릇을 갖고 태어났다. 이것은 어떤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무한대로 생각하는 마음을 잃고 살아간다. 무한대로 세상의 꿈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그릇을 버리고 살아간다. 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땀으로 바꾸지 않고 무능하다고 스스로를 낮추어 살아간다.

풀잎을 보라, 제 키보다 높은 나무들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봄이 되면 푸른 싹을 틔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푸르게 자라 꽃을 피워 더 많은 씨앗을 남기고 간다. 그러한 지속적인 반복이 희망의 상징으로 푸른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사람 세상도 다르지 않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늘 땀 흘려 살아가는 서민들이고 백성들이다.

하늘은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의 것만이 아니다. 어둠이 오면 제 눈빛을 어둠보다 더 밝게 비추어내는 별들의 것이다. 이 세상도 누가 더 내 꿈과 희망 열정을 불태워 밝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내 것으로 만들어 내는지 남의 것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구분이 될 뿐이다. 김수영 시인은 시 「눈」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눈은 살아있다 /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 기침을 하자 /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 기침을 하자 –생략- 〉 눈이 주는 상징은 자유다. 시인은 그 자유 위에 상상의 그림을 마음껏 그리라 말하고 있다.

세상이 내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내 세상이 되기도 하고, 타인의 세상이 되기도 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놓치지 마라, 내게 주어진 마음을 접지 마라. 내게 주어진 생각을 묻어두지 마라. 어떤 생각도 어떤 마음도 어떤 꿈도 하얀 백지를 펴고 그려보라. 하루가 부족하면 한 달, 한 달이 부족하면 1년, 1년이 부족하면 10년, 10년이 부족하면 일생을 걸어라.

사람은 다 공평하게 시간이 주어졌다. 다 공평하게 가슴을 가졌다. 다 공평하게 생각을 할 수 있다.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걸음의 방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어 갈 뿐이다. 배를 만들어 노를 젓는 사람은 바다를 갈 것이고, 꿈을 만들어 하늘을 날아가는 사람은 세상을 날아갈 것이다. 내가 새가 되지 못한다고 탓하지 마라. 누구나 새가 되지 않고 물고기가 될 수 없다. 다만 새처럼 날아가고자 하고 물고기처럼 헤엄치고자 하면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신(神)은 사람에게 그러한 세상을 꿈꾸고 살아가라고 공평한 시간과 마음의 그릇, 생각하는 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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