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펫 시티(Pet-city)가 소환한 41년전 영화 ‘천국의 문’
〔비로봉에서〕펫 시티(Pet-city)가 소환한 41년전 영화 ‘천국의 문’
  • 심규정
  • 승인 2019.07.2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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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발행인·편집인)
△심규정(발행인·편집인)

지금으로부터 41년전인 1978, 애완동물 공원묘지와 이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천국의 문이란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 미국의 대표적인 다큐멘타리 감독인 에롤 모리스(Errol Morris)가 제작한 이 영화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알토스에 있는 풋힐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파산하고 묘지에 묻힌 동물들은 오랜 법적 분쟁을 거친 후 나파밸리에 있는 버블링 웰 애완동물 공원묘지로 이장해 운영하는 과정을 담았다. 세계적인 영화 평론가인 로저 에버트(Roger Ebert)천국의 문을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편의 영화목록에 올렸을 정도로 극찬했다. 영화에서 공원묘지 운영자는 공원묘지가 30년 후에도, 5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필자가 이 영화를 거론하는 것은 40여년전 애완동물 공원묘지가 일반화 됐고, 영화의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생활화 됐다는 점, 관련 업무, 이를 테면, 개 시체빗질하기, 묘지파기, 동물사체업자까지 자연스레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공원묘지는 아직도 성업중이다.(www.bubbling-well.com)

옛 드림랜드에 펫 시티(Pet City)를 조성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펫 시티에는 애견 용품 업체와 카페, 펜션, 호텔, 공원, 화장시설 등을 갖춘 반려동물 인프라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시민제안 공모를 거친 원주시는 강원도에 이 사업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총회를 갖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반딧불 같은 일말의 기대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원주지역에서 애견공원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님비현상은 또 있다. 국도대체우회도로 흥업쉼터에는 아름들 반려견 쉼터가 조성돼 있다.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애초 이 사업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개 공원 결사반대란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개판 되겠네...”라는 극단의 혐오단어까지 동원해 반대했다. 이런 주민들의 반대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원주시는 개장식도 갖지 않고 조용히 운영에 들어갔다. 그만큼 반려견과 관련된 시설은 논란의 불쏘시개다

주민들의 반대여론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애견공원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전국의 자치단체에서 애견공원 조성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평창군은 물론 여주시에서는 매머드급의 애견공원 조성에 나섰다 반려견(애완견)인구 또한 1천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문조사기관의 조사결과 나타났다. 사료, 미용, 장례사업 등 반려견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미래 불루오션이란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려견주 입장에서 반려동물은 ‘삶의 동반자’, 심지어 ‘가족 구성원’으로 여길 정도다. 정부,지자체는 물론 정치권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정책 마련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전북 전주시는 최근 반려견 산업과 동물 보호에 대한 행정수요 증가를 반영해 기존 동물복지팀의 기능을 늘려 동물복지과를 신설했다지난해에는 동물복지 종합계획과 동물복지 조례를 만들었다

‘조 한 알’이라는 뜻의 일속자를 호로 쓰기도 했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하늘, , , 공기, 사람, 벌레는 모두 한 생명이라며 자연을 중시하는 생명 사상 운동을 펼쳤다. 이 땅(지구)의 주인이 우리(인간)라는 착각은 한낱 부질없는 것이요, 오만이고, 착각이라 할 수 있다. 사람, 동물, 풀 한포기 모두 땅에서 생성하고 소멸한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난장이에 불과하다. 동물들도 이 땅을 누릴 권리가 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41년전 미국에서 영화 천국의 문이 선보인 것처럼 치악산 아랫마을에서 논란이 뜨거운 펫 시티를 주제로 한 영화가 먼 훗날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 까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주제의 특이성, 시대적 화두인 만큼 그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펫 시티이해 관계인들이 영화 속에서 어떤 이미지로 비춰질까? ‘천국의 문에서 공원묘지 운영자 부인이 던진 대사가 내 달팽이관에 아직도 메아리치고 있다. “피조물 모두를 가엽게 여기시는 하느님께서 천국의 문에 서 계시다가, ‘너희는 다리가 2개니까 들어가도 되지만, 네 다리로 걷는 너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을 것임은 너무나 확실하다” 41년전 영화속 메시지가 묵직하고 날카롭게 다가오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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