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다이내믹 댄싱카니발 일본 댄싱팀 참가 어찌하오리까
[비로봉에서]다이내믹 댄싱카니발 일본 댄싱팀 참가 어찌하오리까
  • 심규정
  • 승인 2019.08.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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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발행인·편집인)
△심규정(발행인·편집인)

일본의 수입규제로 촉발된 반일감정이 들불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원주시 사회단체 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규탄집회를 열었다. 정치인들도 대거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아베총리에 대한 화형식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하니 시민들의 원성이 분노에 가깝다는 것을 실감할수 있었다. 시민들이 직접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아마 도내에서 처음일 게다. 하지만 사태는 확전되는 분위기다. 한일 외무장관이 담판을 벌였지만, 결국 양국의 입장차만 확인한 빈손 회담이었다. 급기야 일본은 우리나라를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했다.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일본의 수입규제는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감정과 맞물려 상승기류를 타면서 확산일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초 열리는 2019년 다이내믹댄싱카니발도 극심한 난기류에 휩싸였다. 이번 축제에는 일본에서 6개 댄싱팀(250)이 참가가 이미 결정된 상태지만, 한일 갈등이 번지면서 참가여부가 논란거리다. 행사 주최 측의 고민은 두 갈래로 요약된다. 들끓는 반일 분위기 속에 이들이 행사에 참석할 경우 관람객들이 자칫 야유라도 퍼붓게 되면 이슈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 불참하게 되면 글로벌 축제로 발돋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사의 위상이 쪼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어져 온 협력적 관계가 경색되지 않을까 고민의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앞으로 행사 개막까지는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주최측은 속만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한·일 갈등을 계기로 2016년 다이내믹댄싱카니발에 참가 했던 일본의 한 댄싱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수가 재즈댄스 스튜디오’. 지난 2013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참가해온 이 댄싱팀 대표는 당시 공연에 앞서 마이크를 잡고 담담하고 또박또박한 어조로 참회성 발언을 이어갔다. “(일본은)전쟁에서 많은 나라와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한국에서도 좋지 않은 많은 일을 했습니다. 평화를 훼손했습니다. 인권과 나라의 자랑거리를 빼앗아 갔습니다. 모든 일본인은 이 사실을 더 배우고 이해해야 합니다. 양국 사이에 남아있는 문제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중략)일본과 한국은 먼저 이 사실을 마주 봐야 합니다. 이것을 이루려면 평화를 만들고 참회해야 합니다. 우리는 춤을 추는 팀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춤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평화를 위한 기도의 춤을 전해 드립니다발언이 끝나고 수가 재즈댄스 스튜디오는 절제된 퍼포먼스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동영상을 재생해 보는 순간, 묘한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나 혼자만이 생각일지 모르지만, 마치 3년 전에 작금의 사태를 예상이라도 했을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라는 말은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이런 말이 있다. 전쟁중에도 축제는 열린다고. 전쟁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과거 군사적 충돌에서 이제는 경제전쟁, 자원전쟁, 종교전쟁으로 다양해 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지금 경제전쟁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내 중심가에 물결치고 있는 현수막에는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 정부란 단골 문구를 자주 쉽게 볼 수 있다. 그동안 일본은 과거사를 사과하고 반성했다고 말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는 각자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진정성이 없다느니 두고두고 말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정부 또는 자치단체 영역에서 주도할 게 있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정부에 힘을 보태주면 된다. 그러나 반일 감정이 민간의 문화 교류에 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이야 서로 으르렁대며 다툴 수 있지만, 양국 국민들까지 감정과잉에 휩싸여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축제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마음껏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넘나들며 지평을 확장시키는 사회적 경험의 마당이라고 했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마음껏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넘나들며 지평을 확장시키는 사회적 경험의 마당이다. 계획된 일본 댄싱팀의 공연은 성사돼야 하고 우리는 보란 듯 그들을 더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 속 좁은 생각은 버리고 숲 전체를 보는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깊고 크게 보자. 그래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런게 글로벌 마인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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