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원주방송국 기능 축소...“특정지역 전파 편식 우려된다”
KBS원주방송국 기능 축소...“특정지역 전파 편식 우려된다”
  • 심규정 기자
  • 승인 2019.08.12 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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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는 통폐합 대상...강릉은 유지...“기준 뭔가”
보도기능만 존속, 대부분 춘천총국 흡수...“시민 알권리 위축”우려
“공영방송이 지역성 구현 외면”, “생활밀착형 프로그램 기대 어려워”
[KBS 홈페이지]
[KBS 홈페이지]

KBS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원주를 비롯해 전국 7개 지역방송국의 기능축소 내용이 담긴 비상경영계획 2019’를 발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7개 지역방송국 중 하나인 KBS원주방송국의 핵심기능인 TV와 편성, 송출센터, 총무직제를 없애고 춘천총국으로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보도기능만 유지하고 방송사의 존립 근거인 자체 편성권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한 노조원은 보도 인력 마저 현재 인원에서 최소한의 인력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KBS가 재정악화 대책으로 일부 지역방송국의 기능을 축소하려는 것은 일종의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수신료의 가치를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KBS의 재원은 국민으로부터 거둬 들이는 수신료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재정적 독립을 통해 방송의 소중한 가치인 공정성과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국민 전체의 이익은 물론, 소수의 이익까지도 배려한다는 장점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요즘처럼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거대 산업논리가 우세하고 공익논리가 약화되고 있는 마당에 공영방송의 지역성 구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번 결정에 대해 주민들은 적자구조 탈피에만 몰두할 뿐 시청자 주권은 안중에도 없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왜 지역에 전가하는가?”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통폐합 계획에서 원주방송국만 포함되고 강릉방송국이 제외된 것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KBS원주방송국의 방송권역은 원주, 횡성, 평창, 영월 4개 시군이다. 도내 자치단체 가운데 원주시는 수신료를 가장 많이 내는 곳으로 알려졌다. 기업도시,혁신도시가 조성된 강원도의 랜드마크인 데다 강원도 경제를 견인하는 원주시는 뉴스원(news)이 무궁무진하다. KBS원주방송국의 기능축소는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처사이자, 숲을 보지 못한 단견이다. 도대체 통폐합 기준이 뭔지 KBS는 공개해야 한다.

둘째, 뉴스 기능의 축소다. 현재 자체 편성권이 있는 원주방송국은 하루 두차례(저녁 7, 9)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통폐합이 확정될 경우 자체 편성권이 사라지고 춘천총국에서 송출하는 뉴스를 볼 수 밖에 없다. 이래서는 생활밀착형 보도, 그동안 충실히 해왔던 토착비리 감시 등 감시견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방송은 지역공동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관심사를 지역민의 관점과 시각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뉴스 기능 뿐만 아니라 편성제작을 통해 지역밀착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보도영역을 넓혀 시민의 눈과 귀를 확장시켜 줘도 모자랄 판에 기능축소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앞으로 고품질의 프로그램 제작 및 공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시민의 목소리가 공영방송 KBS를 통해 전파를 타는 것이 대폭 축소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앞선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사장을 지낸 그렉 다이크(Greg Dyke)‘BBC구하기란 책에서 런던을 편애하는 뿌리깊은 BBC의 타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말을 작금의 KBS ‘비상경영계획 2019’의 상황에 대비해 보면 이런 말도 가능하지 않을까. “춘천 중심의 전파 편식은 경계해야 한다.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고, ‘수신료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겠다고 강조하는 KBS가 국민의견 수렴절차도 없이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지역의 문화 인큐베이터로서 KBS는 지역국 통폐합보다는 지역의 가치와 정서를 담아내는 창()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음식을 편식하게 되면 몸의 건강에 해롭고, 전파를 특정지역이 편식하게 되면 나머지 지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런 우려가 기우(杞憂)에 그칠지, 시민들과 함께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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