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칼럼]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이재구칼럼]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 이재구
  • 승인 2019.08.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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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구 변호사
△ 이재구 변호사

최근 결혼을 전제로 사귀지 않고 단순히 친구, 연인 사이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에는 행복해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를 한 부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에 어떤 여자분이 법률상담을 했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밤 늦게 집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릴 때 몸에 전율이 일어난다고 했다. 술 마신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큰 소리를 내고 강제로 성행위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언니가 남편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가출을 해서 숨어 지내자 남편이 처제와 가족들의 직장과 집으로 전화를 걸어 폭언을 하고, 처의 소재를 알려달라고 협박하기도 한다. 앱을 통해 만남을 가졌던 한 여성은 남자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거나 카톡, 문자에 답을 하지 않자 집으로 찾아가 문을 열라고 협박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되자 여자의 집을 찾아가 밤새 폭행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위는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행위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데이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은 더 있다.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 부인이 남자의 휴대폰을 검사하고 휴대폰을 보여주지 않자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를 하는 것, 여자가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여자의 집을 찾아가 문들 두드리고 나오라고 하는 행위, 부인이 동창회를 가거나 친목 모임을 가는 것도 못하게 하고 가더라도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하는 행위 등도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후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라는 변명이 따른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남자친구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감시하는 것은 자신이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라고 자책하거나 싸우다보면 정이드니 참고 지내야 한다는 주변의 말을 믿고 상대방의 폭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이다. '나도 잘못했지. 내가 맞을 짓을 했지'라는 용서는 폭력을 반복되도록 한다.

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은 신고를 하는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지도록 하는 것이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폭력 사실을 숨겨주고 용서해 주면 다시 더 큰 폭력으로 나아가고 살인 사건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이의를 제기해도 확실한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표시나지 않는 방법으로 교묘하게 괴롭히는 폭력을 행사한다. 폭력에 대한 신고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데이트 폭력은 초기 단계에 신고하고 주변에서 모두 알게 될 수록 해결이 쉽다.

신고할 경우 보복이 두렵고, 해결할 수 없다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하면 검사는 사건의 내용이나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가해자를 기소하여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대신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해자에게 반성과 변화의 노력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가해자는 사안에 따라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접근제한, 보호관찰, 치료, 상담, 수강명령 등의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가해자가 보호처분을 받고 이를 성실하게 이행하면 별도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가정에 복귀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보통 가해자는 피해자가 절대 신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 하에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대가 완전히 빗나가게 되면 더 이상의 폭력을 행사할 의욕을 잃게 된다.

또 다른 데이트폭력의 예방책은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다. 법원의 명령으로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행위, 기타 피해자가 원치 않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결정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지금까지 심각한 데이트 폭력 사건에서 신청한 접근금지가처분 사건은 거의 대부분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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