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1981년에 머문 KBS수신료, 무엇을 의미하는가 ?
〔비로봉에서〕1981년에 머문 KBS수신료, 무엇을 의미하는가 ?
  • 심규정
  • 승인 2019.08.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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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발행인·편집인)

지난 20일 오후 KBS원주방송국에서 열린 정책간담회가 시민들의 반발로 10분만에 파행 종료된 것은 어느 정도 예건됐던 일이었다. 행사 시작전부터 사회단체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원주방송국 폐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방청석의 시민들은 ‘시청자 주권 침해말라’는 팻말을 들고 항의뜻을 내비쳤다. 이날 사측은 “방송제작 환경이 어렵다”, “적자가 누적될 것”이라며 원주방송국을 비롯한 전국 7개 지역방송국 폐쇄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 “지들이 경영을 잘못해 놓고 왜 애꿎은 지역방송을 희생양으로 삼는지...”라며 혀를 끌끌찼다. 한 시민은 “그만하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사측 관계자의 발언 가운데 유독 머리에 박힌 말이 있다. “수신료가 월 2,500원인데, (1981년부터)38년동안 동결됐다”고 말한 점이다. KBS의 한 직원은 “당시 신문 구독료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신문 구독료(10,000원)의 1/4수준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수신료를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거의 40년 가까이 수신료가 동결된 것은 그간의 물가인상율, 방송장비 디지털로 인한 막대한 투자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KBS의 설명은 일견 수긍이 간다. 세계 유수 공영방송의 수신료를 살펴봐도 그렇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연간 150.5파운드(22만 5,000원), 일본 NHK는 연간 15,120엔(16만 5,000원)수준이다. KBS수신료가 연 30,000원에 불과하니 조족지혈 수준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수신료는 국민들으로부터 돈을 걷는 방식이기 때문에 특정 집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공영방송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가 바로 수신료라는 얘기다.
 

그러면 KBS수신료는 왜 전두환 정권 (1980년대)수준에 머물러 있을까. 방송법에 따르면 수신료의 결정은 (KBS)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고, KBS가 이를 부과·징수한다고 돼있다. KBS 역대 사장들은 그동안 수신료 인상에 사활을 걸었지만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쳐 번번히 무산됐다. 여당이 야당으로 바뀌고, 야당이 여당으로 바뀌는 정치구조의 순환 속에서 편파방송 논란은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목도했다. 오죽했으면 KBS앵커 출신인 야당 국회의원 조차 “KBS는 사실상 정부·여당의 홍위병”이라고 했겠는가. 편파·왜곡보도에 정치권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고, 머리띠를 두룬 정치인들이 KBS앞으로 몰려가 편파방송 중단하라고 했을 정도다. MC고액출연료, 좌편향 논란을 빚어 오는 9월부터 폐지가 확정된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등 공정성을 의심케하는 프로그램의 논란은 에스컬레이터 되고 있다. KBS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자,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언론인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도행태, 논조가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수신료를 내는 시민들이 KBS원주방송국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방송에 녹여주는 대변인, 두눈 부릅뜨고 지역의 부정비리를 견제하는 감시견, 지역민들의 애환을 담아주는 사랑방 같은 방송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히 해주길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KBS는 지역방송국 통폐합에 앞서 왜 정치권이 사반세기 넘도록 수신료 인상에 반대해 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 척박한 방송환경속에서 체질개선은 하지 않고 방만 경영을 해온 경영진이 왜 그 책임을 지역민들에게 전가시키려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KBS원주방송국을 비롯한 지역방송의 통폐합을 감행한다면 공영방송 KBS의 신뢰는 상실되고, 위상은 더욱 쪼그라들 것이다. KBS는 지역 시청자들을 더 이상 주변부로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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