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다름’과 ‘틀림’의 충돌
[살며 사랑하며] ‘다름’과 ‘틀림’의 충돌
  • 임길자
  • 승인 2019.09.02 0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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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길자〈정토마을 원장〉
△ 임길자〈정토마을 원장〉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하나뿐인 귀한 존재다.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면 향기 나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을까? 가정교육과 성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이나 인생관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성장과정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았느냐에 따라 사회적인 처세와 언행에도 개인차가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형태의 감정과 조건들에 의해 세상을 보는 방향도 다를 수 있고, 사람을 대하는 정서도 다를 수 있다. 상대방의 견해(見解)가 내 견해와 결을 달리 할 경우 건강한 사람들은 이를 다름으로 이해한다. 다름과 틀림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틀림은 자신의 세계 일부가 부정된 것이고, 다름은 자신의 세계 밖의 존재를 깨닫는 것이라고 이해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마주할 때 자신의 세계를 토대로 맞이한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르다면 일단은 틀린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건강한 어른은 곧 자신의 세계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됨으로 틀림다름의 차이를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먼저 본다. 물론 저마다의 가정교육 및 성장과정에 따라 이 또한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보려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상대방의 단점을 먼저 보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에게나 양면을 가지고 있다. 제 아무리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사람에게도 단점이 전혀 없을 순 없다. 또한 그 사람의 어떤 행위가 누군가에겐 장점으로 보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을 한 쪽으로 기울려 판단하고 진단하는 것은 성숙한 태도가 아니다. 남의 단점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좁은 속과 질투심을 행동으로 드러내게 된다.

동물 나라의 봉황이 모범 일꾼 선발을 위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참새에게 물었다.

이곳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 중 가장 모범적인 동물하나를 추천할 수 있겠느냐?”

참새는 곧장 말했다.

짹짹, 어렵습니다.”

그러자 봉황은 "제비가 어떠냐?" 고 물었다.

참새는 품속에서 나뭇잎으로 만든 수첩을 꺼내 넘기며 말했다.

! 오월 초하룻날, 제비는 깃털을 주인집 거실에 떨어뜨렸습니다. 사흗날에는 지푸라기로 주인집 정원을 어지럽혔고, 한번은 진흙 덩어리를 주인집 문턱에 떨어뜨렸지요. 제비는 자격 미달이에요. 절대 안 됩니다!”

그러자 봉황은 다시 "수탉은 자격이 충분한 것 같은데 어떠냐?"고 물었다.  

이번 역시 참새는 수탉의 흠을 잡았다.

짹짹! 수탉은 자격이 더 없어요. 유월 이렛날 수탁은 너무 일찍 홰를 쳤어요. 그리고 유월 아흐렛날에는 너무 늦게 홰를 쳤고요.”

봉황은 꾹 참으며 또다시 물었다. “누렁이는 어떠냐?”라고

그러자 참새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또 다시 누렁이를 험담했다.

짹짹짹! 누렁이는 너무 사납잖아요! 잘 아시면서... 사실은 칠월 사흗날 누렁이는 도둑놈을 쫓느라 주인집의 오이꽃 두 송이를 짓밟았어요. 팔월 스물하고도 사흗날에는 족제비를 잡으려다 닭들을 놀라게 해 한바탕 소통을 피웠지요.”

봉황은 웃으면서 그렇다면 이번엔 모범 일꾼을 뽑을 수 없겠구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참새는 자신이야말로 부지런하고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편이라면서 은근 슬쩍 자신이 가장 모범적인 존재임을 과시했다.

봉황은 한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참새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너에게 한 가지만 묻겠다. 다른 동물들의 실수에만 온통 그렇게 신경 쓰면 대체 네 일은 언제 하느냐?”

그러자 참새는 , 그게 말입니다.......” 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얼굴을 붉힌 채 자신의 둥지로 숨어버렸다.

남의 단점을 세세하게 지적하고 말하는 까닭은 그가 자격 미달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려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내면을 벗어보자. 과연 다른 사람 눈에 비춰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지?, 자신의 단점과 부족함을 남의 허물로 덮으려는 건 아닌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자주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자신에게 거울을 비춰보고 스스로를 엄격하게 살피는 것이다.

부모로서 선배로서 선생으로서 어른으로서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고 있는가?”

연일 계속되는 다름틀림의 충돌로 우리의 착한 언어가 최악을 맞고 있는 듯하다.

서산대사의 시를 옮긴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함부로 어지러이 발걸음을 내딛지 말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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