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기억속의 일상너머 공간, 옛 춘천지법 원주지원의 닫힌 문을 열며
[문화칼럼] 기억속의 일상너머 공간, 옛 춘천지법 원주지원의 닫힌 문을 열며
  • 전영철
  • 승인 2019.09.09 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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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전영철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치악산의 햇살을 제일 먼저 받고 봉화산으로 넘어가는 햇살을 가장 마지막 까지 받았던 학성동 1008-91번지가 있다. 옛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에서 사람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은지 어언 만 7년을 넘어서 8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20125월을 끝으로 법원과 검찰지청이 무실동으로 이전하고 학성동의 인구도 가파르게 감소하였다.

928일부터 1020일까지 예비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열리는 옛 법원 전시 및 공간기획 프로그램은 원주가 문화도시를 지향하며 해온 활동에 대한 중간점검과 더불어 향후 방향성을 제시해보고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문아리4.3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전시는 지난 3년간 따뚜공연장 그림책여행센터 이담, 옛 원주여고 진달래관에서 열린 두 번의 행사를 거쳐 네 번째로 열린다는 의미에서 4, 공간이 세 번째라는 의미에서 3을 쓰고 있다. 원주만의 방식으로 버려진 공간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아래로부터 만들어가는 공간작업인데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시민문화를 통해 지역의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다.

지상 3, 지하1층에서 전시가 이루어지는데 한번 미리 가보자. 1층에서는 문화의 발굴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펼쳐지는데 지난 4년간 국내에서 발간된 모든 그림책을 볼 수 있는 한국그림책연감도서관, 16년간 매년 시민들이 읽을 한권의 책을 결정하고 같이 읽어 온 한도시 한책읽기, 원주그림책서점이 들어가고 시민들이 문화를 논하는 아고라가 자리하게 된다. 2층에는 문화의 실험이라는 주제로 그 동안 다양한 시민주도형 문화의 실험이 더욱 진화된 모델로 만난다. 시민그림책갤러리 1.91.9평의 공간에서 시민큐레이터 6팀과 시민도슨트 분들이 전시를 기획하고 청년코디네이터가 시민큐레이터와 도슨트의 교육과 전시, 해설까지의 과정을 돕는다. 말 그대로 일반시민에 의해서 기획되고, 전시가 이루어지고, 해설되는 시민주도형 문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의 한 가운데 6팀 중 하나인 전씨네 아빠와 두딸이 벌이는 전계동, 서희, 서인이네 동희인의 작업은 행복한 풍경을 그리다'라는 전시로 삼각형 모형의 1.9 부스 안에서 조명을 이용한 전시를 하게 된다. 평일에는 서울에서 일하며 지내는 아빠가 종이 아빠'라는 그림책을 선정하여 매일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일하는 아빠의 모습이 딸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준 것을 자책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한다. 가족은 변하였고 마치 그림책의 한 장면처럼 딸들과 아빠(동희인 팀)는 하늘 위로 높이 날아서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가족은 이러한 모습을 아름다운 조명과 소리, 딸들의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시민들의 소박한 바람이 닫힌 법원에 74개월 만에 숨소리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만의 경험치가 새로운 문화를 시도하고 있다. 의미 있는 작업은 창조인력이 유입이 아닌 청년양성사업을 통해 성장한 청년들이 시민들을 리딩하여 시민주도형 전시를 완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를 시민 스스로 기획한다는 의미로 어반 플래너 개념을 도입해 청년들의 미래상, 현재의 세대 그리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과거세대가 모여 담론을 모으기도 한다.

이제 365천명의 각각의 문화도시의 퍼즐이 하나둘 맞추어져가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번져가는 점점의 원주스타일의 문화도시이다. 이번 가을 74개월 만에 잠에서 깨어난 옛 법원에서 열리는 공간과 전시 프로그램은 우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시민이 만들어가는 문화도시에 대한 질문을 시민들에게 던지게 된다. 시민들의 소중한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기회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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