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잘 모르면 나서지 마라
[살며 사랑하며] 잘 모르면 나서지 마라
  • 임길자
  • 승인 2019.09.23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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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당나귀가 숲속을 걷다 우연히 종달새를 만났다. 종달새의 명성을 익히 들어온 당나귀는 웃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종달새 아가씨! 친구들이 당신의 노래 솜씨를 칭찬하는 것을 자주 들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천상의 소리와 같아서 듣고 있으면 신선이 된 것처럼 즐겁고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도 아름다운 당신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고 싶군요.”

종달새는 아주 예의 바르게 말했다. “그렇게 간절히 부탁하시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 기꺼이 당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 드리겠습니다.”

종달새가 노래를 부리기 시작하자 숲 속의 모든 동물들은 종달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취했고, 하루 종일 울어대던 개구리마저 귀를 쫑긋 세운 채 종달새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였다.

종달새가 노래를 마치자마자 당나귀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정말 훌륭합니다.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군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목소리보다 매일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홰치는 소리에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당신이 수탉에게서 겸손함을 배운다면 당신의 노래 솜씨는 앞으로 일취월장하리라 믿습니다.”

종달새는 당나귀의 어처구니없고 모욕적인 말에 어이없어 하며 날아가 버렸고, 당나귀와 함께 자리에 있던 다른 동물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당나귀는 영문을 알 수 없어 화를 내며 물었다. “다들 왜 웃지? 내말이 틀렸어?”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배움의 자세와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이다.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로 사물을 대하고, 아는 것은 안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거나, 조금 안다고 해서 잘난 척하며 나서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이다. 그들은 해당 분야에 전문가적 식견이 없으면서 다른 사람의 예술을 아는 체하고 이러쿵저러쿵 제멋대로 평가한다. 차라리 아무 말 없이 감상만 했더라면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지 않았을 일이건만 문외한이 전문가인 척 하다 보니 스스로 무지와 위선을 드러내는 행동을 하고 마는 것이다. 입 밖으로 뱉은 말은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말이나 행동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말과 행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고 상대의 말에 제대로 된 장단을 맞춰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천문과 지리에 능하고 고금에 통달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끊임없이 학습과 탐구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것은 결핍이 낳은 흔적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격랑(激浪)속에 있는 듯하다. 극에서 극으로, 내 생각과 다르면 틀린 것이고, 시작과 끝만 있는 듯하다. 노랑장미를 좋아한다고, 빨강장미를 싫어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들국화가 좋다고 코스모스를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 저마다 역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며 너무나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쓰고 있는 건 아닌지? 국민들의 세금으로 잉태된 조직은 국민들의 바람에 부응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미움은 원망을 낳고, 원망은 갈등을 생산할 뿐이다. 우리는 반복되지 않아도 좋을 역사를 반복 경험해 왔다. 이제는 더 이상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길은 먼데 어느새 새날이 밝아온다. 내 안을 어떻게 취사선택(取捨選擇)할 것인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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