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고장난 화훼단지 시계추
〔비로봉에서〕고장난 화훼단지 시계추
  • 심규정
  • 승인 2019.09.2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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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원주플라워프루트월드관광단지(이하 화훼단지)는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당시 최문순 강원지사와 원창묵 원주시장의 공통 공약사업이다.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맘모스급 사업이다. 여기에 값싼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문막SRF열병합발전소(이하 발전소)는 화훼단지의 필수시설이다. 
그런데 발전소 건설에 적신호가 켜졌다. 30일까지 건축허가, 착공계를 받아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라는 인센티브가 적용될 수 있지만, 부지 분양권자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계약의 전제조건으로 통합환경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주에너지(주)측은 통합환경의 전 단계인 사전 협의를 받았으므로 가능하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국 양측의 견해차가 큰 만큼 계약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앙앙불락(怏怏不樂)하고 있다. “REC를 적용받을 수 있는 메리트가 사라지게 됐는데, 어느 누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겠냐”거나 “결국 화훼단지 사업도 난관에 봉착했다”는 섣부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마리 토끼를 쫓으려다 두 마리 다 잃을 수 도 있다’는 극단의 분석까지 등장했다. 
발전소 건설 논란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갈등의 지뢰밭’이었다. 건강권·환경권 논란이 가열되면서 여·야 간, 주민 간 진영논리에 따라 지역이 갈기갈기 찢겨졌고, 계속된 투자유치 실패로 사업의 신뢰성은 바닥을 친지 오래다. 직접 당사자인 문막읍 주민들과 토지소유주들은 애초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겠다’였지만, 이제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매한가지’라며 콧방귀를 뀌고 있다. 사업자가 어떤 약속을 해도, 원주시가 아무리 호언장담을 해도 갈퀴눈을 뜰 정도다. 더 이상 시민들을 우롱하고, 분통 터지게 하고, 좌절감을 겹겹이 쌓이게 해서는 안된다. 진실을 위장하는 감언이설은 더 더욱 그렇다. “이젠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한 농민의 칼칼한 외침이 귓전을 때렸다. 원주시 역사상 단일 이슈로 이렇게 장기간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진 적이 또 있었을까.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 발전소 논란이 시작되면 원주는 찬반 측의 단골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반대 투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허가 받는데 전략은 ? ‘밀리면 끝장이다’라는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의 결과 아닐까. 이대로 라면 사업 정상추진 여부에 따라 앞으로 갈등 관리를 논할 때 발전소는 대표적 사례로 어김없이 등장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본란은 그간 화훼단지, SRF열병합반전소 건설 논란과 관련, 몇가지 해법을 설파했다. 첫째는 화훼단지의 과잉개발 계획(176만 ㎡), 둘째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과 모호한 미래에 대한 대비, 셋째는 사업을 추진할 시스템은 제대로 갖췄는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지적했다. 
이런 기우가 현실화 되면서 상황은 실타래처럼 더욱 꼬여가고 있다. 그렇다고 사업이 좌초됐다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래전부터 ‘REC를 적용받지 않더라도 발전소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외국계 투자회사가 있다”고 한 투자사 측 관계자는 귀뜸했다. 문제는 그간 이 사업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데 기여한 사업자가 투자자 유치에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설사 급한 불을 끄겠다고 화훼단지 토지잔금(500억 원)지급과 함께 운영자금을 조달해 조성계획인가를 받는다고 해도 조성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수천억 원의 투자금 유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그래서 누차 강조한 것이 속도조절론이다. 문막읍 현실여건에 맞게 당장 스마트 팜으로 추진하다 향후 투자 여건을 감안해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직진만 고수하다가는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때론 좌·우회전을 병행하는 것도 지름길일 수도 있다. 
사업을 추진한지 어언 9년째. 고장난 레코드판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앵무새들의 합창은 이제 요란한 소음으로 들린다. 
요즘 사업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생채기가 이어지다 보니 원창묵 원주시장의 마음은 숯덩이 같을 것이다. 3선 시장에 성공했으므로 정치적 위상은 누구못지 않게 도드라 졌지만,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지금까지 다져 놓은 ‘일하는 시장의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 수 있다. 사업자 측도 간과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언제까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미봉책’으로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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