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00) 지면 통해 잔잔히 울려 퍼진 클래식 선율 ‘신선’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00) 지면 통해 잔잔히 울려 퍼진 클래식 선율 ‘신선’
  • 최왕국
  • 승인 2019.09.29 2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어느덧 100회
작곡가 삶, 작품 탄생 배경 생생히 전해
“더욱 좋은 글로 독자들께 보답할 것”
최왕국 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최왕국 (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어느덧 100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칼럼을 쓴지도 벌써 4년이 넘었다는 의미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심심(深心)한 감사를 드리며, 오늘은 그동안 제가 써 온 클래식 칼럼에 대한 소회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는 여타의 클래식 관련 글과는 달리, 음악가들의 사생활이나 에피소드 보다는 음악 자체에 관한 내용에 비중을 더 많이 두어 왔습니다. 사실 인간관계 속의 가십이나 흥밋거리 위주의 글을 쓰면 쓰는 사람도 부담 없고, 읽는 사람도 재미가 있을 텐데 굳이 제가 그런 재밌는 소재 보다는 고리타분하게 음악 자체에 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신뢰성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그 시절에 살아 본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SNS가 있어서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행적을 사진과 짧은 글로 남겨 놓은 것도 아니고, 단서가 있다면 그 분들이 살면서 남긴 수첩이나 일기장, 편지 등 사문서들과 학교나 관공서, 병원 등 공문서들과 기타 공식적인 기록들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특정 음악가의 인생을 미화하기 위하여 버젓이 존재하는 수첩을 없애 버리는 경우도 있고,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분들은 없는 이야기까지 실화인 양 꾸며내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베토벤 전기를 쓴 안톤 쉰들러<베토벤의 생애>를 집필한 소설가 로맹 롤랑입니다. 로맹 롤랑은 소설가답게 베토벤의 생애를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픽션을 동원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빅마우스들이 음악가들에 대한 일화나 가십거리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허준이나 선덕여왕 같은 사극들만 하더라도 극의 흥미를 더하기 위하여 허구의 이야기들이 가미되는 경우가 많지만, 극 초반에 가상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고 명시를 합니다. 그런데 음악가들의 생애를 다룬 책에서는 마치 모든 것이 실화인 양 써 놓았기 때문에, 저도 그런 자료들을 참고하여 글을 쓰기가 망설여졌던 겁니다. 물론 지난 제 글에도 음악가들의 사생활이나 인간관계 같은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지만, 최대한 믿을 수 있는 자료들을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한편 벨기에의 지휘자 겸 음악 학자인 얀 카이에르스는 오랫동안 집요하게 베토벤에 관한 사료를 수집하고 그의 생애를 철저히 취재하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베토벤에 대한 환상을 하나씩 깨뜨려 주고 있습니다. 카이에르스는 그의 저서 <베토벤>에서 베토벤을 미화하기 위해서 베토벤의 수첩을 없애버리고 마치 자신이 베토벤과 직접 대화를 한 것처럼 꾸민 안톤 쉰들러의 행위를 지적하며, 베토벤의 세 번째 교향곡 영웅에 대한 에피소드를 부인합니다. 나폴레옹에 대한 호감이 컸던 베토벤은 그의 교향곡 3번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으나, 그가 황제로 등극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으로 보나파르트라고 적혀 있던 교향곡 악보의 표지를 찢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독재에 맞서는 공화주의자 베토벤의 신념을 잘 드러낸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카이에르스는 그것을 반박합니다. 베토벤이 3번 교향곡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하지 않은 이유는 나폴레옹의 황제 등극에 대한 실망감이 아니라, 당시 베토벤이 살고 있던 오스트리아가 나폴레옹이 통치하던 프랑스와 전쟁까지 가게 된 상황에서 적국의 수장을 찬양하기는 곤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베토벤을 미화하는 에페소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책을 쓴 카이에르스도 베토벤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깊은 애정과 전문가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실 베토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수많은 음악가들에 대한 평전이나 에세이 등에 픽션많이 들어가 있음은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을겁니다. 어찌보면 음악가들에 대한 진실에 기반한 딱딱하고 건조한 논픽션 보다는, 소량의 픽션이 가미되어 독자들의 감성도 자극하고 흥밋거리도 제공하는 것이 크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들만을 추구한다면, 진실에 가깝긴 하지만 입증할 단서가 없는 내용들은 아예 이야기에서 제외시켜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테니까요. 그러나 지나친 흥미 위주의 글은 음악 역사의 큰 틀마저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여 좋은 글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