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10월엔 원주라는 자연의 詩를 읽자
[세상의 자막들]10월엔 원주라는 자연의 詩를 읽자
  • 임영석
  • 승인 2019.10.06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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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시인>

가을을 돈으로 환산을 하면 얼마나 될 것인지? 계산을 해보고 싶다. 세상이 돈 아니면 무용(無用) 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를 쓰는 한 사람으로서 가을이 주는 경제적 효과가 이 세상 어느 재벌도 이루지 못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은 분명 사람의 가치보다 수만 배 더 높고 깊은 가치의 일을 하고 있다.

가을은 그냥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를 읽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 황금빛 벌판을 걸어본다거나, 단풍 드는 산길을 걸어본다거나, 햇빛 반짝거리는 강가를 걷는 일로도 수만 권의 책보다 더 귀중한 자연의 책을 읽는 것이다. 가을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독서를 권장하는 일보다 나는 자연의 책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 만큼 훌륭한 책은 없다. 책 속의 글씨는 누군가의 그런 경험의 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가을은 들로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발길을 옮겨 그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의 들을 읽었으면 한다. 우리가 소풍을 봄, 가을로 가는 이유도 모두 자연의 아름다움이 다른 계절보다도 유난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천상병 詩 歸天 全文

천상병 시의 귀천을 읽어보면 평소 우리가 자연의 그 느낌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일들이다. 이 시에서 보면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을 밟고 있고, 그리고 노을빛과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 종일 새벽부터 노을빛이 드는 저녁까지 자연을 벗 삼아 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우리들 삶의 길도 아침부터 저녁노을빛이 스며드는 그 순간까지의 삶의 거리가 우리들 일생이라는 시간이 담겨 있다. 그래서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가을은 책을 읽지 않아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공감하고, 감동하고, 느끼고,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밤하늘 별빛 한 번 바라보는 여유로움만 만들면 된다. 새벽 찬 공기 이슬 맺히는 시간을 걷기만 해도 된다. 굳이 돈을 주고 시집을 사서 읽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있다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르신이 계시면 어르신을 부축하고, 손을 잡고 반계리 은행나무에 가 보자, 신림 성황림 숲에 가보자. 대안리 느티나무에 가보자, 행구동 천년 느티나무 아래에 가 보자. 그것도 시간이 없어 가지 못한다면 새벽시장 좌판에 진열해 놓은 가을 열매들을 가서 보자. 우리는 매일 같이 이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열매들을 먹고살지만, 그 열매들을 익혀내는 나무들에 대해 그 수고로움을 바라보지 않는다. 원주는 사방의 모든 곳이 자연의 책이 진열된 곳이다. 치악산이라는 고서가 있고, 섬강이라는 경서가 있다. 이 고서와 경서를 읽고 자란 반계리 은행나무, 대안리 느티나무, 치악산 성황림은 자연의 보존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다. 그리고 행구동 천년 느티나무, 학곡리 용소나무며 구룡사 금강송 등은 원주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인가를 잘 보여준다.

나는 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덧붙여 미륵산 미륵불이 어느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지, 수암리 마애삼존불 선각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새겨졌는지, 우리 주변에 많은 문화유적을 통해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의 조화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책으로 아무리 보아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자연의 모습이다. 자연은 눈으로 직접 보는 일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10월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자연의 아름다운 시를 읽었으면 한다. 부론 방향은 섬강 줄기를 따라 걷기도 좋고, 신림은 치악산과 함께 산그늘에 젖어보는 저녁시간도 좋다. 행구동 국형사는 소나무 향기에 내 마음을 수만 번 씻어내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학곡리 용소나무를 둘러보고 구룡사 금강송을 바라보면 이 모두가 큰 아름다움일 것이다. 그런 원주의 아름다운 자연의 시를 읽어보는 10월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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