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난임(難姙)일까? 불임(不姙)일까?
〔비로봉에서〕난임(難姙)일까? 불임(不姙)일까?
  • 심규정
  • 승인 2019.10.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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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며칠 전 지역 유력인사로부터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화훼단지는 난임(難姙) 상태입니까. 불임(不姙) 상태입니까?” 이런 질문은 지지부진한 화훼단지 조성사업을 빗댄 것이었다. 나의 답은 이랬다. “불임이라고 단언(斷言)하기는 이르고 난임으로 볼 수 있겠죠요즘 화훼단지, 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잡음이 요란하다. 사업이 추진된 지 9, 토지주들의 사업부지 땅이 묶인 지 어느덧 7년째다. 지금까지 투자자가 나타났다라느니, “수백억 원의 투자금이 확보되어 토지 잔금을 지급할 수 있다라느니이런저런 호언장담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들었지만, 결국 헛된 공수표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비아냥 조의 우스갯소리도 입소문으로 빠르게 전해지고 있다. 화훼단지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게 발전소다. 화훼단지가 주 시설이고, 발전소는 부속 시설이다. 화훼단지는 내달말까지 착공의 전 단계인 조성계획인가를 받아야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데,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도 물론 없다. 그런데 발전소는 건축허가 신청, 고형연료 사용허가 신청 등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쯤 되다 보니 주객전도라느니, ‘앙꼬없는 찐빵이라느니, ‘장남을 안 낳고, 차남을 먼저 낳으려 한다느니, 심지어 빈 수레가 요란하다란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뒤틀린 사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싸늘한 냉기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화훼단지가 추진되는 문막읍에 사는 한 주민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잖습니까. 화훼단지 조성사업을 지극 정성으로 바랬는데 결과가 이러니 허망하기 그지 없죠라고 나직하게 말했다. 흔히들 겉보기에 화려하고 대단한 목표는 공수표로 끝날 공산이 크다라고 한다. 원주시가, 사업자가, 언론이 스피커로 열심히 떠들어 대니, 이젠 시민들 머릿속에 화훼단지가 상상임신 됐을 정도라고 한 시민은 우려했다.

시간은 재깍재깍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활시위를 떠난 지 오래된 화살은 아직 과녁에 당도하지 못했다. 원주시에는 실망이, 사업주에는 신뢰의 상실이, 시민들 뇌리에 쓰디쓴 비난이 덧씌워지고 있다. 지방선거 전 발전소를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한 원창묵 원주시장의 약속이행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발전소 반대 측은 사업자가 화훼단지 보다 발전소 추진에 매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두고 보자라며 잔뜩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라고 확언(確言)할 수 있다. 원 시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정치생명을 앞당길 수 있는 사안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치인의 약속은 유권자들에게 진 빚이라고 했다. 3선 시장이라는 월계관을 쓴 원 시장의 나이로 봤을 때 아직 체급을 바꿔 선거에 도전할 기회가 있다. 이러니 원 시장은 절대 화훼단지가 조성계획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발전소 건축허가나 고형연료 사용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현실에 더욱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황금률 같은 것은 없고, 마술 방망이만 휘두르면 모든 게 해결되는 동화책 속 이야기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인식이 지금과 같아서는 자멸하는 치킨게임이 될 것이다. 지금 화훼단지 사업부지인 문막읍 궁촌리 하늘에 긍정의 마침표는 커녕 우려의 물음표가 먹구름과 함께 잔뜩 드리우고 있다.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자만심으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 했건만, 그동안 묘수풀이를 찾는데 얼마나 많은 실수와 시간을 허비했나. 보여줄 것 또한 다 보여주지 않았는가. 시민들의 걱정의 쓰나미가 물거품처럼 걷힐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냉철한 상황인식에서 묘방(妙方)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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