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몸의 거리, 마음의 간격
[살며 사랑하며]몸의 거리, 마음의 간격
  • 임길자
  • 승인 2019.10.20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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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어떤 사람이 개 두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주인은 그들을 검둥이와 흰둥이로 불렀다. 그런데 그들은 사이가 몹시 나빴다. 어느 화창한날 검둥이와 흰둥이는 문밖 담벼락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었다. 한참 말이 없다가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 세상의 병폐, 미와 추, 선과 악, 그리고 우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검둥이가 먼저 말했다. “난 인생에서 진실하고 믿을 만한 친구와 기쁨과 고통을 함께하고 우정을 키워나가는 일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 생각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니? 그래서 우리도 그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좋은 친구가 된다면 앞으로 훨씬 행복해 질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맞아, 맞아. 정말 좋은 생각이야. 우리 지금부터 사이좋게 지내자. 그리고 함께 행복을 즐기자.”

흰둥이가 흔쾌히 동의하자 검둥이가 감격해서 말했다.

네가 동의하니 정말 기뻐. 예전에 우리는 걸핏하면 싸우고 하루도 조용히 넘어간 날이 없었지. 잘 생각해 보면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야. 우리는 함께 주인님의 집을 지켜드리고, 주인님도 우리를 공평하게 대해주시는데 왜 그렇게 앙숙처럼 싸웠을까 몰라.”

검둥이와 흰둥이는 기쁨에 서로를 꼭 껴안으며

우정 만세! 싸움, 질투, 원망아, 모두 사라져라!”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때 주인이 맛있는 뼈다귀 하나를 그들에게 던졌다. 그 순간 개 두 마리는 동시에 뼈다귀를 덮쳤고 서로 먼저 먹으려고 뒤엉켜 싸웠다. 보다 못한 주인이 물을 퍼붓자 둘은 떨어졌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상태이거나 내 기분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다. 그것이 친구이든, 직장 동료이든, 그 어떤 사회적 관계에서든, 좋은 말과 친절함을 나누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이기심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가 동업자가 되거나, 같은 회사의 동료가 되거나, 승진 등의 이유가 생산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겉으로는 친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시기와 질투가 발동하게 되고, 결국 서로를 밀어내야 하는 경쟁의식이 생겨 고요했던 관계는 순식간에 거칠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병가일수가 한정되어 있다. 그 병가일수를 다 사용하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연가를 사용하거나 휴직을 하게 되는데, 그 직원은 휴직을 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복무담당자에게 병원에서 퇴원 후 며칠만 더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것을 부탁을 했고 복무담당자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했다. 그러나 주변 동료들은 그것을 배려라고 생각하지 않고 부적절한 특혜라고 생각했고, 곳곳에서 불편한 언어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사회복지현장이 그러하듯이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면 즉시 대체인력 투입이 어렵다. 그렇다보니 자리를 비운 직원의 일은 함께 근무하는 다른 동료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근로환경이 그러하다 보니 좀처럼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비우기도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친절해야 할 공간에 온기가 식는 듯하여 안타깝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아무리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라고 할지라도 상대를 100% 믿는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대가 누구든 몸의 거리와 적절한 마음의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당사자이므로 타인의 동기와 목적을 의심해선 안 될 것 같다. 사람을 버리는 것 보다는 사랑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선한 눈으로 보아주고, 착한 언어로 챙겨주며, 기왕이면 상대방의 좋은 점을 알아차림으로 이해의 통로를 만들어간다면 세상은 곳곳이 향기로울 것이다.

나태주의 시 풀꽃을 옮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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