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창묵 원주시장, 체급 올리기 논란을 지켜보며
〔비로봉에서〕 원창묵 원주시장, 체급 올리기 논란을 지켜보며
  • 심규정
  • 승인 2019.10.2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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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화훼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갈 길 먼 원창묵 원주시장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작된 원 시장 출마의 도청도설집(道聽塗說集)을 펼쳐보자.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화훼단지 조성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장으로서 한계가 있으니 중앙 정치무대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치인에게서 나온 말이어서 소문 진원지의 신빙성은 높다고 봤다. 저 만치 앞서 나간 출마설은 민주당 고위 관계자가 원 시장을 만나 전략 공천을 약속했다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역 단체장이 출마할 시 감점(25%)이 있다는 점에 비춰 앞뒤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한국당 김기선 국회의원에 대한 응징론도 그럴싸하게 등장하고 있다. 10년째 추진 중인 화훼단지 조성사업에 저렴한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SRF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반대 측에서 선봉장 역할을 해온 김 의원의 저격수로 원 시장이 적임자란 것이다. 김 의원이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고형연료를 신재생에너지(REC)에서 제외하는 데 앞장섰고, 현재 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결국 고형연료가 REC에서 제외됨에 따라 사업자는 연간 40억 원, 16년 동안 모두 650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사업권의 가치는 그만큼 곤두박질쳤다.

특히나 김 의원은 현재 당내에서 별다른 공천경쟁자가 부각되지 않은 데다 내년 총선이 3선 도전인 만큼 나름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다. SRF열병합발전소 반대 투쟁에서 봤듯이 어떤 현안에 한번 꽂혔다 하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원창묵 시장 총선 출마설은 당내 차기 후보들이 군웅할거(群雄割據)하는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원주갑 선거구의 경우 현 권성중(변호사) 지역위원장, 심기준 국회의원(비례대표), 박우순(변호사) 전 국회의원이 출마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모두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역 정가에서 내다보고 있다. 이 중 심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검은돈과 연관된 사건이란 점이 여간 부담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의원은 진보·보수 쪽으로부터 크게 호불호(好不好)가 갈리지 않는 원만한 성격이다. 허나 나이(70)가 부담이라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134표 차이로 석패(惜敗)한 뒤 조직을 꼼꼼히 챙겨온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한때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모 인사와의 잡음은 본인이야 억울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일찌감치 김 의원을 꺽을 필승카드가 필요하다는 게 당내 호사가(好事家)들의 입방아다.

그러나 원 시장의 출마설은 현재로서는 현실화되기 힘들다. 시기적으로, 명분상으로 출마등식이 성립하지 앓는다. 내년 총선은 6개월 남았다. 출마를 위해서는 이쯤 되면 출마 결심을 하고 사전정지 작업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원 시장이 3선 하면서 9년 동안 추진해온 화훼단지 조성사업은 거의 무산 분위기다. 내달 말까지 착공의 전 단계인 조성계획 인가를 받아야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토지보상은 식언(食言)만 난무할 뿐 하세월이다. 조성계획 인가를 받기 위해 벌써 용역에 착수해야 하지만, 이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용역비가 없어서...”,“신청서 작성 시간이 촉박해서...”란 주변의 말을 믿고 싶지 않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노정(路程)된 우여곡절을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아직 화훼단지 조성사업이 물 건너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혹여 나중에 발전소만 우뚝 솟아 있고 화훼단지 사업부지는 삽만 뜬 채 허허벌판 인 채로 장기간 겉돌게 된다면 발전사업자 배만 불리게 했다는 비난을 두고두고 들을 수 있다. 원 시장이 여의봉을 쥔 손오공이 아닌 이상,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마법사,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이 아닌 이상,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순 없다. 하지만 첫 단추를 끼운 당사자로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모습이 전제돼야 한다. 그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미래먹거리 창출의 열쇠가 화훼단지 조성사업이고, 이는 천근만근(千斤萬斤)과도 같은 시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총선출마설은 이치가 아니다. 남은 기간 선후경중(先後輕重)을 따져 죽을 쑤든, 밥을 짓든, 떡을 치든 결과를 내놔야 한다. 그런 다음 체급을 올려 총선 출마든, 향후 도지사 출마든 떳떳하게 감행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는 원 시장의 호언장담이 현실화 된다면 향후 정치적 입지 또한 확고해질 것이다. 무실역행(務實力行)하는 성실파 이미지는 더욱 환하게 비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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