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03) 리스트 ‘사랑의 꿈(Liebestraum)’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03) 리스트 ‘사랑의 꿈(Liebestraum)’
  • 최왕국
  • 승인 2019.11.1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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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지 않은 분들도 리스트하면 딱 떠오르는 음악은 바로 사랑의 꿈라 캄파넬라일 것이다. 이들은 리스트의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엄밀하게 말해서 라 캄파넬라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곡을 재구성한 것이므로, 리스트의 대표작은 역시 사랑의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의 꿈은 피아노곡으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고귀한 사랑>, <가장 행복한 죽음>,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3개의 노래를 하나로 묶어서 작곡되었던 가곡집을 1850년에 ‘3개의 녹턴(Liebestraume 3 Notturno)’이라는 타이틀의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3번째 노래의 제목을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고 번역하지만, 이 곡의 가사 전반에는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하라는 속 깊은 의미가 흐르고 있다. 그 내용을 짧게 줄이는 과정에서 여러 제목이 나올 수 있으며, 필자는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고 번역하였다.

요즘에는 앞의 2곡은 연주되는 일이 별로 없고, 주로 3번째 곡을 많이 연주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이 곡의 정확한 제목은 사랑의 꿈이 아니라, ‘사랑의 꿈 제3이라고 해야 제대로 된 표현이다. (굳이 그리 까다롭게 굴 필요는 없겠지만)

리스트는 탁월한 피아노 연주 실력과 작곡 실력 외에도 출중한 외모와 쇼맨십까지 갖췄기 때문에 항상 수많은 여성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허다한 스캔들로 유명한 리스트에게는 공식적인 연인이 두 명 있었는데, 그 두 번째 연인이었던 카롤리네 비트겐슈타인은 거액의 후원자였고 리스트를 열렬히 사랑했지만 남편과 별거중인 유부녀였던 관계로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가 이혼을 승낙하지 않아 두 사람은 끝내 결혼하지 못하고, 리스트는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가 포함된 리스트의 가곡집도 바로 이 여인을 위해 작곡된 노래들이다. 그 중 오늘 들으실 피아노곡으로 편곡된 3번째 노래 가사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 사랑하라, 그대가 사랑할 수 있을 때...

그대가 무덤가에 서서 슬퍼할 시간이 오리라

 

그대의 마음이 타오르도록 애쓰라

사랑을 품고, 간직하도록...

 

그리고 그대에게 자기 마음을 여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을 하라

그를 한 시도 슬프게 하지 마라

그에게 항상 말조심을 하여 상처 받지 않도록 하라

 

이런 내용을 생각하면서 오늘의 감상곡을 듣는다면 더욱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Y4XEPdYO5mM (클릭)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이 곡의 가장 매력적인 음형은 음계의 제5()에서 6도 상행하여 제3()을 계속 반복하면서 화음을 다채롭게 바꾸는 부분이다. , 계명으로 미미미미라고 노래하는 첫 부분의 멜로디다.

이런 표현은 슈베르트를 비롯한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에도 가끔 나오지만, 이 곡에서는 비슷한 듯 색다른 (음계 제3음의 계명)’음의 연타의 화성 진행이 매력적이다.

처음에는 멜로디가 왼손 윗성부에서 나오다가 3번째 페이지에서 B장조로 전조가 되면서, 오른손 최상성으로 옮겨 가는데, 그 사이에 몽환적인 양손 아르페지오를 포함한 음형이 나온다. 이러한 음형은 3페이지 끝 전조 부분에서도 나오는데, 이러한 브리지는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곡 진행에 활력을 불어 넣는 요소가 된다.

이렇게 멜로디의 형태에 따라서 나뉘는 세 번째 단락은 사랑의 감정을 한껏 고조시켜서 오른손 멜로디가 옥타브 더블링 되어 등장하며, 다이나믹도 매우 고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격정의 세 번째 부분이 끝나면 리스트 특유의 애드립 연주를 동반한 브리지 부분이 나오면서 마지막 페이지의 차분한 결론 부분에 도달하게 된다.

같은 멜로디를 3번 반복하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한 리스트의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슷한 제목의 곡으로 클라이슬러사랑의 슬픔사랑의 기쁨도 있는데, 그 곡들에 대한 소개와 클라이슬러의 생애도 본 칼럼을 통하여 조만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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