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살아야 할 이유는 스스로 찾는 것
[살며 사랑하며]살아야 할 이유는 스스로 찾는 것
  • 임길자
  • 승인 2019.11.17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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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철학자 니체는 “현명한 사람은 보통 사람이 참지 못하는 것도 참을 수 있고, 도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이 없으면 인생은 밑바닥과 정상 사이의 굴곡도 없으며,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희열도 만끽하지 못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음은 물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수 없기 때문에 때론 남들의 비웃음과 반대에 부딪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인간 가운데 가장 교활한 인물로 유명한 시시포스는 신들의 체면을 몹시 손상시킨 죄로 사후에 지옥의 땅 타르타로스에서 언덕 위로 커다란 바윗돌을 밀어 올리는 가혹한 형별을 받는다. 시시포스가 죽을힘을 다해 겨우 바윗돌을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면 바윗돌은 다시 굴러 떨어졌다. 바위는 아무리 밀어 올려도 다시 굴러 떨어졌기 때문에 그는 이 일을 영원히 되풀이해야 했다. 신들은 이런 방법으로 시시포스를 벌하였고 그의 영혼을 괴롭혔다.

시시포스가 바윗돌을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고 있을 때 신들이 나타나 그를 저주했다.

“너는 영원히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바윗돌을 밀어 올릴 때마다 육체와 정신의 이중고를 견뎌내야 했기 때문에 너무나 힘이 들었다. 세월이 흐르고 그는 신들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바윗돌을 산꼭대기에 올려놓은 후 시시포스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고작 이런 일로 저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절대로 희망을 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일 또 바윗돌을 밀어 올릴 것입니다.” 결국 신들은 시시포스를 벌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를 하늘로 불러들였다.

시시포스가 보통사람들이 참아내기 힘든 일을 인내하고 실패를 승리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지혜에서 비롯된 신념과 자신감 덕분이었다. 시시포스의 성공은 우리에게 생존경쟁에서 강한 자는 번성하고 약한 자는 도태된다는 점과 혹독한 시련을 겪지 않는 한 강한 자가 될 수 없다는 대자연의 법칙을 말해 준다.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어느 남편의 사연이다.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아내는 집을 나갔다. 날은 어둡고 온 마을을 찾아다녔지만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를 허둥대고 거리를 방황하고 있던 중 00지구대에서 아내를 보호하고 있다는 기별이 왔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챙기고 몸을 씻기면서 여보! 나 너무 힘들다. 우리 그만 살까?” 라고 말을 했다. 아기가 되어버린 아내는 울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늦은 밤! 잠이 든 아내를 바라며 남편은 편지를 썼다. 평생 자신을 위해 고생한 아내였기에 어떤 경우에도 함께 살아보고자 애를 썼으나 이제 더는 안 되겠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남편은 다음날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 밤새 쓴 편지를 보내고, 원주신문에서 몇 번 본 듯한 글이 생각나서 필자가 운영하는 시설을 찾아왔다.

너무 힘이 들어서 아내와 함께 죽으려고 했습니다. 곳곳에 요양시설이 눈에 보이긴 했지만 선뜻 아내를 데려다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중략> ... 치매는 노인이 되어야 오는 병으로 알았습니다. 이제 예순을 넘긴 내 아내에게 이런 병이 찾아올 줄이랴... 갑자기 애가 되어버린 아내가 남들 눈에 뜨일까봐 부끄러워 한 동안은 함께 밖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한 가지 고민쯤은 다 가지고 산다. 경우에 따라 죽고 싶다는 생각 또한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죽고 사는 건 하늘만 알 터!

걱정의 모양이 서로 다를 뿐 고난과 좌절은 누구의 어깨를 가리지 않고 무거운 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다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억지로 죽어지지도 않는다.

고통과 걱정이 얼룩진 공간 그 어디엔 색깔이 다른 희망이 숨을 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그 희망은 꿈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현실과의 거리를 좁힐 것이다.

살아야 할 이유는 '스스로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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