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불행의 전주곡 ’ 과욕(過慾)
[비로봉에서] ‘불행의 전주곡 ’ 과욕(過慾)
  • 심규정
  • 승인 2019.11.2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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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과욕(過慾)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기해년 내내 직접 겪은 많은 일들 가운데 과욕키워드와 겹치는 일이 유난히 많다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열정이 지나치면 과욕이 되고, 과욕이 겹겹이 쌓여 탐욕을 초래하는 것을 수없이 지켜봤고, 아직도 생생하게 망막에 맺혀 있다. “저렇게 하다 자칫 파문을 몰고 올 수 있는데...”, “아이쿠, 결과는 비디오야 ”, “사정기관의 감시의 눈을 사시(斜視)로 착각한 모양이네라고 되뇌곤 했다. 때론 언론의 감시기능이 발동해 낱낱이 파헤쳐 법의 심판을 받게 했지만, 일부 안하무인격 행태에 대해선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니...”라며 혀를 찼다. 

우리는 가히 무한 탐욕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문제는 인간의 탐욕이란 식욕이나 성욕처럼 이성적 힘으로 잘 통제가 안 되는 본능이란 점이다. 금전욕,소유욕 때문에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추징금을 선고받아 받은 만큼 게워내거나, 속전속결을 노리고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하여 영어(囹圄)의 몸이 되거나, 땅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사법처리 받는 등 하나같이 시루떡처럼 쌓인 탐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누구는 세탁소의 옷걸이처럼 잠깐씩 입혀지는 밍크코트, 비싼 양복을 마치 제 옷으로 착각해서 교만하거나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부지기수로 보아왔다. 번지르르한 간판 아래, 이런 욕심에 눈먼 사람들 주변엔 B&G(&구라)가 독버섯처럼 서식하고 있어 판단착오를 일으키거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도 여러 번 목격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과욕, 탐욕을 경계하는 금언(金言)은 우리가 마음 깊이 아로새겨야 한다. “형사사건 대부분은 탐욕과 이기심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고했다. 일본의 북부지방에서 전해지는 말 가운데 ()과 욕심은 쌓이면 쌓인 만큼 길을 잃는다라는 말이 있다. 욕심을 부리다가는 마음속의 이정표는 물론 나침판도 고장 나 큰 탈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폐부(肺腑)를 찌르는 칼날 같은 탁견(卓見)은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만족할 줄 알면 즐거울 것이요. 탐욕에 힘을 쓰면 근심하느니라”(명심보감), “만약 인간이 자기운명보다 더 많은 고통을 당했다면 그것은 신의 탓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의 장님 때문이다” (호메로스)고 했다. 오죽했으면 붓다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삼독(三毒)으로 삼고 이 중 탐욕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겠는가.

조금만 더”, “한번만 더라는 욕심의 그릇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특징이다. 탈무드에는 돈을 보고 쫓아가면 돈은 더욱 멀리 도망간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렇게 탐욕에 대해 응축시켜 실감이 나게 갈파한 속담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탐욕으로 일군 재력은 모래성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자주 목도했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 결국 돈이 돈을 새끼 치는 일은 고사하고 무시무시한 사자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서서히 다가오게 된다. 심지어 내 몸은 색색의 병으로 신음할 수 있다. 바로 화병을 말하는 것이다. 나를 죽음의 문턱으로 안내하는 지름길이다. 늦가을 땅에 떨어진 나뭇잎이 누군가의 발걸음에 바스락 바스락하며 쉽게 부서지듯...

내 것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욕심은 결국 신뢰에 구멍을 내어 모든 것을 앗아간다고 했다. 일확천금의 허상을 쫓다 보니 잔꾀를 동원하고 결국 제 꾀에 제가 빠져 구렁텅이에 갇히게 된다. 과식하면 체하고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먹다보면 결국 토악질을 수반한다. 모두 상식과 원칙이 물구나무 섰기 때문에 초래한 엄청난 자충수다. 뒤늦게 후회막급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욕심을 누르기 위한 나만의 응급처방전을 뼛속 깊이 새겨야겠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여백이 있는 삶을 살게 되면 내 머릿속이 맑고 깨끗해진다. 여기에 탐욕은 설자리가 없다.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안온한  삶이 정답이다. 이 말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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