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술에 대해서
[세상의 자막들]술에 대해서
  • 임영석
  • 승인 2019.12.02 0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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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시인>

2019년도 이제 한 달 남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술자리가 많아지는 달이다. 무엇보다도 술을 마시는 데 있어 왜 마시는지, 누구와 마시는지 한 번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술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답답해서, 억울해서, 어쩔 수가 없어서, 막막해서, 분노해서, 즐거워서, 행복해서, 기뻐서, 고마워서등등 끝없다.

조지훈 시인은 18등급으로 술을 마시는 등급을 분류를 했다고 한다. 그 분류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마시지는 않으나 안 마시는 사람,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겁내는 사람, 4) 은주(隱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며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홀로 숨어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술을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지만 무슨 잇속이 있어야만 술값을 내는 사람, 6) 색주(色酒) :성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 밥맛을 돋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珍景)을 배우면서 마시는 사람, 10) 주졸(酒卒애주(愛酒):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 11) 주도(酒徒기주(嗜酒) : 술의 참맛에 반한 사람, 12) 주객(酒喀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터득한 사람, 13) 주호(酒豪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14) 주광(酒狂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 주선(酒仙),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16)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함께 유유자적 하는 사람. 주성(酒聖), 17) 관주(關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게 된 사람. 주종(酒宗), 18) 폐주(廢酒) : 술로 인해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열반주(涅槃酒) .

스스로 내가 어떻게 술을 마시고 있는지를 보면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도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조지훈 시인은 술을 마시는 등급에 따라 사람의 모습을 구분하였지만, 술은 인간관계를 맺어주는 하나의 끈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가장 좋은 술자리는 석주의 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이 술을 마실 때 삶의 흥도 배가되지 않을까 싶다.

옛다 여봐라 말 듣거라 술이나 한 잔 빚어보자 / 때는 마침 어느 때뇨 / 춘절하절(春節夏節)은 다 지나가고 가을 절기가 당도하니 / 앞산뒷산에 단풍이 지고 때가 좋으니 술 빚어라 / 오곡백과로 누룩을 잡아 감초 초약으로 덧질을 하고 / 한달을 빚어 일삭주(一朔酒)며 두달 빚어라 이삭주 / 석달 빚어 삼삭주요 석달 열흘에 백일주요 / 마고선녀(麻姑仙女) 천일주(千日酒) 달이 밝다고 월명주(月明酒)/ 날이 밝다고 일월주(日月酒)요 늙지 말자고 불로주(不老酒)/ 죽지 말자고 불사주(不死酒)/ 이백(李白)이 기경포도주(騎鯨葡萄酒)며 산림처사(山林處士) 송엽주(松葉酒)/ 혼자 빚으면 걱정주요 둘이 빚으면 공론주(公論酒)/ 뚝 떨어졌다 낙화주요 삼월하루 두견주요 / 아니아니 좋을소냐 이 술 한 잔을 잡수신 후에 / 없는 자손 생겨주고 있는 자손은 수명장수 / 재수소망도 도와주마 / 어찌나 좋으신지 모르겠네 야- 얼싸- 서도민요 술타령全文

서도민요 술타령을 보면 술을 빚는 이유가 다 다르게 전해져 오고 있다. 술을 빚으면서 우리네 삶의 걱정도 씻어내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의미도 깊게 담겨 있다. 술은 슬플 때도 마시고 술은 기쁠 때도 마신다. 그러니 술은 술을 마시는 장소에 따라 사랑주가 되고 이별주가 된다. 같은 술인데도 사람의 마음에 따라 수만 가지 이유를 붙일 수 있는 것이 술이다. 술은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화풀이를 할 수 없을 때 술에게 화풀이를 해서 시련을 이겨내는 길을 알려주고, 술은 술로 인하여 인생 앞길을 휘청거리게 만들 수 있는 천애의 얼굴을 가진 요물이다. 적당히 마시면 보배요 취하게 마시면 악마가 되는 것이 술이다. 서로가 힘들 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 삶을 응원하고 등 토닥여 주는 술자리를 통해 내일의 삶이 술술 잘 풀렸으면 좋겠다. 술자리가 많은 12, 우리가 술을 왜 마셔야 하는지 마시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을 하고 마신다면 취하여도 그 마음속은 속 쓰린 아픔은 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래 시는 차승호 시인의 술 먹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라는 시다.

자네, 우리 애하고는 친구 아닌감 넘덜은 싸가지가 읎네 골통이네 해도 난 그늠 참 좋다 술 먹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아, 지가 배운 게 있어 뭐가 있어 가방끈이야 지가 짤라 먹었지만서두 그늠, 서울 가 입때꺼정 잘 살잖어 대견허여 그런디 말여 넘덜은 그것두 인사라구 말여 나만 보믄 장가 안 보내냐구 원제 국수 먹느냐구 내 알지 내 걱정인 중 뻔허게 알지 그런디 난 그게 듣기 싫은겨 곰배팔이보고 곰배팔이라고 허먼 좋겄나 자네는 오랜만에 나 봤다구 그런 인살랑 당최 허덜 마 술 먹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아, 장가 못간 게 한둘이여 시상이 그런걸 워떡헌다니 그류, 술 먹었다구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좋은 말씀은 좋은 말씀유 그런디 원제 국수잔치 허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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