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꽃밭으로 가는 험난한 길
[비로봉에서] 꽃밭으로 가는 험난한 길
  • 심규정
  • 승인 2019.12.0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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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화훼단지 조성사업은 과연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원창묵 시장 임기 내에 과연 첫 삽은 뜰 수 있을까. 이 사업에 과연 누가 투자할 수 있을까. 화훼단지 조성사업의 시작부터 현 시점까지 두 눈으로 숱하게 목격해온 필자로서는 사실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두컴컴한 터널 속에서 한 줄기 빛조차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가 이런데 토지주들과 문막읍 주민들은 오죽할까. 미래가 온통 장밋빛처럼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먹장구름만 잔뜩 낀 모양새다. 좌절감과 함께 낭패감에 젖어 속으로 꿍꿍거리고 있을 게다. 초겨울이지만 지금 문막읍은 한랭전선에 접어들어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다.

화훼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인 SPC가 지난달 28일 원주시에 조성계획신청서를 제출했다. 접수 시점도 절묘하다. 원주시에서 신청서를 검토할 시간조차 촉박하게 관광단지지구지정 실효 1일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조성계획 승인권자인 강원도는 원주시로부터 이 같은 신청서를 접수받아 검토에 들어갔다. 강원도가 내릴 결론은 결국 하나다. 서류미비 등의 이유로 반려시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주시의 통큰 배려라고 본다. 그만큼 SPC발등의 불인 투자자 유치를 통한 토지잔금 지급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금쪽같은 시간을 번 셈이다. 그러나 그간 화훼단지 조성을 바랬던 필자로서는 이같은 미봉책이 결국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발전소 건설을 비롯해 이 사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이미 바닥상태다.

무려 10년 가까이 사업 추진과정에서 점철된 우여곡절의 연속은 마치 스틸사진처럼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화훼단지 부지가 경매에 넘어간 것은 물론 사업자를 둘러싼 복잡한 각종 채권.채무관계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과거형이 아니라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업자나 원 시장이 잔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수차례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커지는 양상이다. 사업자는 물론 이 사업에 혈세를 투입한 원주시를 향한 시민의 시선은 지금 갈퀴눈이다. 무엇보다 화훼단지에 값싼 열원을 공급하는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사생결단식 대립으로 지역사회가 갈기갈기 찢긴 것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

원 시장은 여간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사업을 여기까지 끌어온 사업자들의 노력, 지역갈등의 골만 깊게 했을 뿐 아무런 성과 없이 포기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천근만근이다. 무엇보다 복장이 터진 문막읍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원시장으로서는 마음속에 납덩이를 매단 듯 무거울 것이다. 사업자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더 이상 세치 혀로 주변을 속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반복 재생해온 원 시장의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을 넘어 그저 말문이 막힌 적이 적지 않았다. 35만 시민의 대표가 사업자한테 저렇게 밥먹 듯 농락당하는 현실, 과연 원주시민의 위상은 어느 수준일까, 자문자답하기도 했다.

지도자는 희망을 파는 사람이라고 했다. 원창묵 시장은 현 사업자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온갖 잡음은 반면교사요, 학습효과가 됐을 것이다. 갈등과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알토란같은 지혜를 자연스럽게 겪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지역현실, 경제상황을 감안한 적절한 사이즈의 개발계획이 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동의보감에 유암화명(柳暗花明)이란 말이 있다. ‘버드나무는 울창해 어두컴컴하고 꽃은 밝게 핀다. 발전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재기의 희망이 트인다라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갈등, 문제를 성장통으로 여기고 분기탱천해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자. 시민들의 희망인 화훼단지 조성사업이 한낱 백일몽(白日夢)에 그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후폭풍의 소지를 잉태하는 우를 범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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