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05) 파가니니는 정말로 악마에게 영혼을?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05) 파가니니는 정말로 악마에게 영혼을?
  • 최왕국
  • 승인 2019.12.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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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벤치마킹(Benchmarking)’이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의 성과를 높이기 위하여 어떤 대상이나 사례를 비교 분석하여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교훈이나 모델로 삼는 것을 말한다.

리스트에게 있어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1782-1840)는 바로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다.

1832년 파가니니는 파리의 콜레라 전염병 희생자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었는데, 이 공연을 관람한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열렬한 팬이 됨은 물론, 바이올린의 대가 파가니니처럼 자신도 피아노 연주의 거장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리스트의 대표작 라캄파넬라의 원작도 파가니니의 작품)

당시 파가니니의 연주 실력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초인간적인 기술이었다. 파가니니는 연주실력 외에도 바이올린으로 개나 당나귀 등 동물의 소리까지 흉내내곤 했다고 한다.

파가니니가 저렇게 엄청난 연주 실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뭔가 검은 내막이 있을 거야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사람들이 이렇게 수군거릴 정도로 파가니니의 연주 실력은 엄청났다. 일례로 파가니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이 고향의 교회 무덤에 그를 장사하려 하자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였으며 46년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고 하니 그 루머는 가볍게 인구에 회자되는 가십 정도가 아니라, 당시에는 정말로 심각한 일로 받아들여졌다고 봐야 한다.

파가니니 악마설의 근원은 대충 세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1.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설일 가능성

2. 주교님 등 주변 인물로부터 도대체 바이올린에 무슨 짓을 했기에 그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신비한 연주 기술이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짜증 섞인 반어법으로 네에, 제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그래요라는 말을 내뱉었는데 그것이 오해에 오해를 낳아서 파가니니 악마 영혼설이 되었다는 설

3. 파가니니 본인이 직접 루머를 퍼뜨렸을 가능성

사실 3번이 가장 유력한 설인데, 당시 화려한 스킬의 연주자들이 많았기에 자신을 빨리 부각시키기 위하여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서 컨셉을 잡았다는 이야기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의 놀랍고도 신비한 연주 기법이 후대에 제대로 전수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파가니니는 자신이 개발한 연주 기법을 비밀에 붙임은 물론, 자기가 작곡한 음악의 악보도 제대로 남기지 않기 일쑤였다고 한다. 딱 한 명 있던 제자에게도 연주 기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파가니니의 아까운 연주 기법은 많이 소실됐다고 한다.

물론 21세기를 사는 요즘도 파가니니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아무튼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의 연주 기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파가니니의 경이로운 연주 스킬은 그의 유전병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파가니니의 연주 기법의 비밀은 엄청난 손가락의 유연성에 있었는데, 다른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손가락의 유연성은 엘러스 단로스 증후군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이 병은 체내에서 콜라겐을 조금 밖에 생산해 내지 못하여 관절이 흐물흐물해지는 병이라고 한다.

이 병은 이렇게 콜라겐 부족으로 관절이 유연해 지는 대신 만성 피로와 대장과 허파 등 장기들에 악영향을 미치는 병이다. 실제로 파가니니를 묘사한 그림 등을 봐도 그가 이 병을 앓고 있었다는 단서가 드러난다.

30대 시절부터 이 병의 악영향으로 파가니니의 건강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고, 40대가 채 안되었을 때는 더 이상 공연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러한 병명은 20세기 초에 밝혀진 것이기 때문에 파가니니는 자신의 질병이 뭔지도 모른채 건강을 잃어갔고, 이 세상과의 이별도 앞당기게 되고 만다.

오늘 감상곡은 파가니니의 Capriccio No. 24 이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평소에 많이 듣던 곡일 것이다.

https://youtu.be/qVrkc6zRzEE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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