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주찬가 삼산 한상철전
〔기고〕원주찬가 삼산 한상철전
  • 김대중
  • 승인 2019.12.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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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온통 원주땅 사랑이다. 곳곳에 그 사랑이 절절히 넘친다. 자연을 사랑함이 천석고황(泉石膏肓)이라더니 원주를 사랑함이 또한 그렇다. 21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상철 전 원주시장의 원주찬가 삼산 한상철전이야기다.

()원주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보기 드문 전시다. 치악산을 중심으로 한 원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산수(山水)를 사() () () ()로 표현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같은 소재로 이렇게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포장해 낼 수 있는 삼산의 재능 또한 놀랍다. 그 사랑함이 얼마나 깊은지 절로 느껴진다.

모두 60여 점이다. 원주팔경을 노래한 칠언절구와 오언절구의 8폭짜리 병풍도 한 점씩 전시됐다. 그중 유난히도 사랑하는 치악산을 노래한 치악 십경이야 말로 주인공이다. 대나무와 매화를 소재로 한 문인화도 사이사이에서 전시의 맛을 더 한다. 원충갑 장군과 김제갑 목사, 인열왕후, 임윤지당, 황자룡, 원천석, 최시형, 한백겸을 추모하는 마음도 뜨겁다.

왜구를 맞아 결사 항전한 김제갑 목사, 오랑캐를 물리 친 원충갑장군, 절의의 표상인 운곡에겐 더 뜨겁다.

삼산은 태산이 유명한 것은 높아서가 아니라 공자와 진시황 때문이며 알프스는 나폴레옹, 로렐라이는 시인 하이네 때문에 유명하다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원주땅에 역사와 문화의 옷을 입히지 못해 한스럽다고 했다.

만년에 더욱 원주에 푹 빠진 삼산은 2016년 중천철학도서관에서 원주백운한시회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한시 공부를 하며 이미 회원들과 함께 지난 17년에 한시로 노래한 원주팔경을 냈다. 이어 지난해엔 섬강의 역사와 문화를 일일이 발품 팔면서 쓴 섬강따라 흐르는 노래를 출간했다. 축적된 그 역량을 모아 이번에 혼자 준비한 전시회여서 더 뜻 깊다.

동국여지승람에서 동반치악(東蟠雉嶽) 서주섬강(西走蟾江), 동도지(東道() 미주야(美州也) 라고 했다. 동쪽에는 치악이 서리고 서쪽으로는 섬강이 흐른다. 서울 동쪽에서는 원주가 제일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이중환의 택리지 팔도총론 강원도편에서 원주를 이렇게 평하고 있다.

.....영동과 경기 사이에 끼어 동해의 어염(魚鹽) 인삼(人蔘) 관곽(棺槨) 궁전에 쓰이는 재목(材木) 등이 운반되는 도내의 중심지이다. 산협에 가깝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때는 피하여 숨기 쉽고, 서울이 가까워서 평안할 때에는 벼슬살이하기가 편리하여 한양의 사대부들이 원주에서 살기를 즐겨하였다.(중략)

이중환이 전국을 30년 동안 발품 팔아 낸 인문지리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원주란 땅을 얼마나 좋게 보았는지 와 닿는다.

이렇게 좋아하는 땅이다보니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대표적인 역사적 자료가 사마시 합격자 배출이다. 조선시대에 사마시 합격자를 전국에서 서울을 제외하고는 세 번째로 많이 냈다. 안동(783)과 충주(624) 다음으로 원주가 570명을 배출했다. 정말 대단한 원주다.

원주는 보물 덩어리다. 그러나 마음에 없으면 봐도 보이질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맛을 모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고 했다. 사심없이 사랑하면 알게 되고 보이게 된다. 원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환경을 사랑하면 길을 알게 되고 그러면 미래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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