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새해 다짐들
[세상의 자막들]새해 다짐들
  • 임영석
  • 승인 2019.12.29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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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시인>
△임영석<시인>

나이는 먹고 싶어 먹는 것도 아니고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나이라는 것을 먹게 되어 있다. 오늘 나는 새해 벽두에 다짐한 것들을 뒤돌아 본다. 나는 희망퇴직 후에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詩를 많은 사람에게 읽을 수 있게 만들까 고민을 해 왔었다. 블로그와 시 메일로 하루 한 편의 시를 읽게 해설을 써서 활동을 해 왔는데 지역 사회에서 지면을 통해 시를 읽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원주 교차로를 방문해 편집진과 협의하여 ‘임영석 시인과 쉽게 읽는 시’라는 코너를 만들어 1주일에 1회 연재를 해오고 있고, 올봄부터는 경북연합일보에 ‘임영석 시인의 시내마천국(詩川魔天國)’이란 코너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시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방면에 재주도 없어 봉사를 할 수 없지만, 시를 읽고 시 해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여유를 간직하게 만들고 싶었다.

두 번째 다짐으로는 내 삶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글만 쓰기로 했으니 죽든 살든 글 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그 책임도 내가 스스로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이다. 어떤 글이든 이해가 될 때까지 내 입에서 천 번의 소리를 내어 읽고 읽으며 흐르는 물처럼 가시 같은 말을 뽑아내자는 것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싶었다. 하여 지금까지 읽어 왔던 책들을 다시 읽으며 내 다짐들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두 다짐을 충실하게 지켜가고 있는 중이다. 의자에 앉아 7~10 시간 가까이 책을 읽고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그때마다 고생을 하는 것은 내 엉덩이다. 그래도 전국 각지에서 좋은 시인들의 응원을 받을 때마다 힘이 난다. 체력이 강해야 이겨 낼 수 있다며 건강에 좋은 음식도 보내주고, 차도 보내주고, 격려의 글도 보내준다. 어떤 대접을 받자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15년 넘게 써오고 있는 시 메일 해설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어느 정도는 시를 읽게 만드는 데 그 방법적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본다.

당분간 해가 바뀌어도 내 다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생각의 무게는 지구의 무게와 같다고 본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찾아냈듯이, 좋은 시 한 편이 힘들고 지친 삶의 만유인력이 되어 뜨겁게 살아가는 생의 활력을 찾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류시화 시인의 시 ‘소금인형’이다.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 바다로 내려간 / 소금인형처럼 /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 당신의 피 속으로 / 뛰어든 / 나는 / 소금인형처럼 / 흔적도 없이 / 녹아버렸네》

바닷물이 짠 것은 소금인형이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몸을 던졌기 때문이라 읽어낸다. 그리고 당신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당신 마음을 재기 위해 뛰어들었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녹여내는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도 내 삶의 바다에 내 삶의 소금 인형을 내려보내서 그 깊이를 재는 일이다. 내 다짐들은 류시화 시인의 소금인형처럼 내 삶의 바다를 재기 위해 녹고 있다. 우리들 삶에서 소금인형은 세월이라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세월이란 소금인형은 아무리 녹고 녹아도 태평양 같은 우리들 마음을 다 채워줄 것이고, 대서양 같은 넓은 마음을 변하지 않게 만들어 줄 것이다.

새해가 다시 또 온다. 나의 새해 다짐은 한 살을 더 먹는 나이의 수가 아니라 그 수만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노력해서 되지 않는 일들을 나이의 수만큼 더 노력하라는 뜻일 것이다. 자기 자신의 나이 수만큼 노력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세상도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삶이라는 바다에 시간이라는 소금인형을 녹여내지 못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 내 몸이 그 소금인형이라 생각하면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없다. 새해 나의 다짐은 내 몸에서 게으름을 쫓아내는 일이다. 삶의 바다가 변하지 않게 소금인형을 더 깊게 내려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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