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파티, 승부수? 무리수?
칵테일 파티, 승부수? 무리수?
  • 신동협
  • 승인 2014.04.13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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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끝물을 타던 지난달 중순. 대학원 은사를 만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칵테일 바를 찾았다. 칵테일 마니아인 은사의 취향을 고려해 선택한 결정이었다. 평소 녹두전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즐겨 마시던 나로선 칵테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니, 은사가 주문한 대로 따라할 수밖에. 잠시 뒤 나온 칵테일은 롱티. 롱 글라스 가장 자리에 얹혀 있는 짙은 향의 레몬 조각이 나를 유혹했. 진, 보드카, 럼, 데킬라 등 4가지 술과 레몬주스, 콜라를 섞어 만든 롱티는 칵테일계의 폭탄주로 불린다.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개별 레시피의 양이 아주 정확해야 하고, 쉐이커에 래시피를 담아 섞을 때도 흔드는 시간과 강.약이 리듬을 타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롱티의 묘한 매력에 빠졌고, 은사의 인생역정에서 우러나오는 탁견(卓見)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던중 익숙한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국민행동 출범’ . 민주당, 정의당, 재야단체가 총 망라된 국민행동은 국정원 댓글사건을 비롯한 정치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보태기로 했단다.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에선 지배적이다. 순간 "이건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야권연대는 선거때 마다 탄생(?)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곤 하는 깜짝단체. 지난 2012년 각각 치러진 19대 총선과 대선 당시에도 예외없이 등장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했던가.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연대’ ‘원탁회의’ 등 간판만 조금 바꿔 달았을 뿐, 매스컴에 단골로 나오던 얼굴들, 그들이 내건 선언문은 레코드판을 튼 것처럼 거의 흡사했다. 이념적 성향도 마찬가지. 이번에 출범한 국민행동은 안철수의원 같은 중도성향의 의원에서부터  그동안 종북성향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서울대 백낙청명예교수,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신부 등 극좌 인사들 까지, 이념의 갑옷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인사들이 두루 포진하고 있다. 한 지붕에서 동거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를수 있지만, '발등의 불'인 선거승리를 위해 선보인 것이란 지적이다.

과거 야권연대 일부 인사들의 도를 넘는 일탈행동이 선거를 그르친 사례를 우리는 생생히 목도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나꼼수 출신 김용민씨의 막말퍼레이드가,  지난 대선에서는 TV토론에 나선 통진당 이정희후보가 박근혜후보를 향해 표독스런 표정으로 박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쏘아붙여 국민적 공분을 산 게 적나라한 사례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들 인사들은 사실 본인들의 의지와는 달리 반대편인 여당의 선거를 도와준 치어리더라는 비아냥이 나왔습니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란 말처럼 적으로 적을 물리친 거죠“라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건강하고 강한 야권연대는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고, 국민들도 힘을 실어줘야 마땅하다.  그러나 과거 야권연대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제 우리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칵테일이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매력적인 향과 화려한 외관을 발산해 사랑받 듯,  국민행동도 국민정서를 제대로 담아내고 최소한의 이념적 동질성이 확보된 인사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야권연대가 되었으면 한다. 이들의 칵테일 파티가 과연 승부수가 될지, 아니면 무리수가 됐던 과거의 전철이 될지, 내년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의 또 다른 묘미라고 하겠다. 신동협<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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