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07) 크라이슬러 사랑의 기쁨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07) 크라이슬러 사랑의 기쁨
  • 최왕국
  • 승인 2020.01.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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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최왕국 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파가니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드디어 파가니니에 필적할만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크라이슬러 (Fritz Kreisler 1875-1962)’다.

바이올린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능했던 크라이슬러는 ‘사랑의 기쁨’이라는 곡과 ‘사랑의 슬픔’이라는 곡을 한 쌍으로 작곡하였는데, 오늘은 먼저 ‘사랑의 기쁨(Liebesfreud)‘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크라이슬러는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도 의학 공부를 했지만, 결국 의학을 포기하고 어렸을 때부터 갈고 닦았던 음악의 길에 매진하였다. 7세때 어린이 음악회에 출연했고, 12세때는 로마 대상을 받아 4년간 이탈리아에 유학할 수 있었다. 44세 되던 1919년에는 뉴욕 연주회의 성공으로 당당히 당대 제1의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각광을 받게 되었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열정적이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정통파 스타일이었다. 안 좋은 습관이 전혀 없는 기본기에 충실한 연주 솜씨에 인간적인 감성도 풍부하게 갖추었으니 가히 당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크라이슬러의 작품들은 파가니니처럼 현란한 기교를 뽐내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와 기품 있는 표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기품 있는 표현’이라면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그가 작곡한 ‘사랑의 기쁨’이다.

‘사랑의 슬픔’과 함께 크라이슬러의 대표작인 ‘사랑의 기쁨’은 오래전 KBS 예능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 김병만이 출연하는 코너 ‘달인을 만나다’의 시그널 뮤직으로 사용되어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음악이다.

사실 ‘달인을 만나다’는 개그콘서트의 특성상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연출하는 코너지만, 역설적이게도 ‘교양 있는 사람인 척 흉내를 내는’ 달인의 허세를 나타내는데, 그 때 BGM(배경음악)으로 흐르는 음악이 바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이었다.

차가운 얼음 오래 버티기 달인, 뜨거운 라면 빨리 먹기 달인, 16년 동안 단 한숨도 잠을 자지 않은 달인 등의 연기를 보면 겉으로는 진지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허세를 떠는 모습인데, 여기에 교양미 넘치는 음악 ‘사랑의 기쁨’이 흐르면서 묘한 대조와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은 비단 ‘달인을 만나다’ 뿐만 아니라, TV의 여러 교양 프로그램에서 “교양미 넘치는”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하여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곤 하며, CF는 물론 결혼식장이나 레스토랑에서도 고급진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하여 많이 쓰인다.

‘사랑의 기쁨’은 크라이슬러가 태어난 오스트리아 빈 지방의 옛 민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 도막 형식의 왈츠곡이다. 주 멜로디는 C장도로 되어 있으며 사랑하는 연인들의 즐겁고 행복한 한 때를 묘사하고 있다.

크라이슬러가 이 곡을 쓴 배경은 그가 20대 시절 미국에서 연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해리넷’이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국 그녀와 결혼하여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평범한 이야기다.

일설에 의하면 그가 사랑에 실패해 본 적이 없으므로 사랑의 기쁨만 알았지 사랑의 아픔이나 슬픔 같은 것들은 몰랐기 때문에, 그의 작품 ‘사랑의 슬픔’은 흥행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필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랑의 슬픔’ 또한 ‘사랑의 기쁨’ 못지않게 아름답고 훌륭한 작품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크라이슬러가 사랑의 아픔이나 슬픔을 경험해 봤는지 아닌지 그 마음속을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본 칼럼 100회에서도 말 한 바 있지만, 그래서 필자는 되도록 이런 가십성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 이 곡의 첫 부분은 우리가 잘 아는 C장조의 화려하고 기품 있는 멜로디다. 두 번째 부분은 반음계적 하강이 눈에 띄는 아름다운 부분이다. 세 번째 부분은 첫 번째 부분의 변형 반복이다.

오늘 들으실 곡은 크라이슬러 자신이 직접 연주한 음반이다. 링크된 유튜브는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 두 곡이 연속으로 연주되는데, ‘사랑의 기쁨’이 앞부분에 있다.

https://youtu.be/Rh5w3AbYp3g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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