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36만 5,000개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 원주 문화도시가 되다
[문화칼럼]36만 5,000개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 원주 문화도시가 되다
  • 전영철
  • 승인 2020.01.0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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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전영철(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선정에 이어 제1차 법정문화도시에 원주가 선정되는 경사가 있었다. 지역의 시대와 문화의 시대에 새로운 도시의 기운상승의 모멘텀을 가지게 된 것이다.

원주가 문화도시로의 새로운 비전을 가지게 된 것은 밀레니엄으로 기억된다. 세계평화팡파르를 기점으로 전쟁과 갈등의 상징인 군사문화에서 문화적으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후 50주년을 맞이하여 보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2003년 문화비젼 중장기발전계획이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기초지자체로는 드물게 수립되었다. 다소 부정적이었던 도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학문적, 사상적 토대의 대 장정이 시작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들이 모여 2013년 문화비젼 2020이 수립되었고, 2015년 문화특화지역사업 공모와 2015년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네트워크(UCCN) 가입을 목표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2016년부터 문화재단에 문화도시TFT에서 3년간 운영하였던 그림책 기반 문화특화지역사업은 원주에서 문화도시를 목표로 10만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정에서 문화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커뮤니티를 확대하고, 시민활동을 강화하고, 사업까지 연계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즉 과정을 거치며 원주시민들의 시민력이 더 커져갔다.

실로 많은 분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도시가 변해가기 시작했다. 서울로 취직해서 원주로 떠나는 게 꿈이었던 원주청년들은 지역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만들기 시작했고, 사회의 핵심 허리 층인 중년들은 시민들의 문화적 삶의 배경이 커지고 있음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원주로 이사를 온 이주민들에게는 서로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생기며 정주환경이 개선되고 원주에 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문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시민단체들과 함께 거버넌스 기초를 확립하고, 그림책이라는 지역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시민문화활동의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과정 속에서 문화도시 예비도시에 선정이 되었다.

10개 예비도시와 함께 힘든 1년의 과정을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3년의 결과를 다시 들여다보며 도시정체성 확립이 시급하고, 시민담론 형성을 넘어 세대별, 계층별, 지역별 확장 및 지역 내 합의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국가정책과 지역정주여건을 다시 살펴보면서 원주에 맞는 사업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로 원주는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36만 5천개의 삶의 방식이 담긴 문화도시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정의를 하고 사업체계를 수립했다. 지역의 정체성과 도시철학을 정립하는 원주롭다 프로젝트, 문화도시 추진시스템 구축, 원주스타일 문화생태계 구축이라는 3개의 전략과제를 수행했다.

수많은 시민들, 원주민회 아고라 운영위원과 시민위원, 청년연대체 회원, 문화도시추진위원과 실무분과위원, 지역문화예술계, 시 행정의 도움으로 문화도시 예비사업 결과 시민들과 함께 상향식 의사결정체계를 만들었다. 이러한 상향식 의제도출을 통해 도시정체성을 정립했고, 실천과제를 설정하여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시민과 함께 재구성하겠다는 예비사업의 목표를 달성하여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역합의과정을 통해 문화도시 81 실천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중심으로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재구성하여 향후 5년간 시민이 만들어가는 창의 문화도시로의 실행방식을 구체화하였다. 36만 5천개의 문화도시 원주는 저항실천, 포용성장이라는 역사적 정체성과 생명존중, 일상예술, 소통공감, 협동 나눔이라는 문화적 정체성으로 이루어지며 비전체계의 틀을 잡았다.

원주형 문화지표를 개발하고 시민주도형 PDCA 모델을 구축해서 실천과제들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점검, 개선운영하고 원주테이블 운영을 과정 중심으로 진행하고 매년 문화도시박람회를 개최하여 과정을 공유하고 확산한다는 것을 약속하였다.

그림책 문화지역사업도 진화시켜 문화예술교육과 생태계구축을 통한 문화산업화의 모멘텀도 확보할 계획이다. 원주가 여기까지 온 것은 이 땅에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분들의 힘이었고 이제 미래 후속세대들을 위한 문화도시를 만들어 갈 것이다.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시민의 힘이 점점 세어지며 도시전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동시에 도시의 공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문화를 말하기 시작했던 도시에서 심도 깊게 시민의 삶 곳곳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지난 일 년간 전국의 문화현장이 선의의 경쟁으로 뜨거웠다. 이미 문화도시였던 남원, 김해, 대구가 잠시 방심한 사이 문화도시 본 지정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하였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문화적 전환에 우리 원주를 비롯한 많은 도시들이 또 함께 다시 시작한다. 원주가 이제 새로운 10년을 내다보며 국내적으로는 문화도시와 국제적으로는 창의문화도시로 걸음을 다시 내딛는다. 겸허하게 서로 도우며 격려하며 같이 가는 길, 그 길은 우리가 가지 않았던 길이 아닌 바다로 나아갔던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듯 찬란했던 고대문명도시 원주의 영화를 다시 찾아가는 길이다. 이 길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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