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19년 황금돼지해 아쉽다
[기고]2019년 황금돼지해 아쉽다
  • 장성훈
  • 승인 2020.01.11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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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훈 (금돈 돼지문화원 대표)
△장성훈 (금돈 돼지문화원 대표)

2019년 1월 1일은 돼지를 키우는 필자로서는 큰 기대 속에 한해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정동진에서 해맞이와 더불어 한돈산업의 발전을 기원하는 행사를 가지면서 새해의 마음가짐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미 2018년 9월부터 한돈업계가 적자운영을 지속해 오던 터였고, 60년만에 한 번씩 온다는 황금돼지의 해라고 해서 그 의미는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양돈업은 몇 개월 정도의 불황을 넘기고 나면 다시 정상으로 복귀가 되면서 안정을 찾는 패턴을 되풀이 해 왔고 소득도 어느 정도 안정적이어서 축산업 중에서는 나름대로 부러움의 대상인 축종이기도 했다. 하지만 열두 달의 황금돼지해를 보내면서 기대와 달리 적자가 지속되었고, 설상가상으로 9월에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발생을 하면서 정말 더 이상 나빠질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우리 강원도는 접경지역이 많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발병지인 경기 북부 지역과 함께 지금까지도 이동 및 출하제한 등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질병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구제역 때와 같은 매몰방식을 채택하면서 억울하게 업을 중단한 농가들이 수백여 곳에 달하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 농가들은 지금까지도 어렵게 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다만 이 글에서는 한돈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돈가의 하락으로 양돈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는데 양돈업에 35년을 종사해 온 필자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그 원인을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원인 몇 가지를 짚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수입육의 영향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발생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ASF는 세계적인 돼지고기의 부족사태를 예측하면서 국내 시장에 과도한 수입으로 이어져 시장질서가 왜곡되고 있다.

두 번째는 소비형태의 변화와 소비량의 감소이다. 주5일 및 52시간 근무로 인한 회식문화의 감소 및 전례 없는 아침의 음주단속도 돈육의 소비를 감소시킨다는 견해가 많다.

세 번째는 소비패턴의 변화이다. 수십 년 간 정착이 된 삼겹살과 목심살 위주의 구이문화에서 간편가공식품으로의 변화는 세대의 교체와 더불어 소비패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 외에 수입쇠고기 무제한리필식당 등도 한 몫을 거들고 있고 경기 침체도 소비심리를 둔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더 우려되는 대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소비감소의 원인들보다 더 걱정되는 점은 ASF로 인한 돼지고기 기피현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군부대나 학교급식에서 국산돼지고기를 제외시켜 달라는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요구도 크게 우려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떤 식당은 ‘우리 업소는 국산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까지 내 걸고 영업을 할 정도이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또한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들도 문제다. ‘ASF는 사람과는 무관하다. 소독과 검사를 통해서 유통을 하니까 안심하라’는 메시지도 사실은 잘못된 것이다. ASF는 사람에게는 절대 감염되지 않는 질병으로 설사 그런 질병에 걸린 고기를 먹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돈산업의 중요성을 한가지 예로 들자면, 대만의 경우 1990년대에 돼지고기 생산량의 40%를 수출하는 나라였는데 1997년 구제역으로 인해 사육기반이 무너지면서 수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경우를 보더라도 한돈산업은 매우 중요한 식량산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자급률은 60%대로 급락하고 있는데, 한돈업계에서는 최소한 80%이상은 지켜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과 우려에 반하여 일부 개념이 부족한 농가들의 환경관리 미흡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민원도 발생을 하고 있지만 차츰 한돈농가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의 계도로 더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한돈농가와 정부가 계속적으로 한돈산업이 혐오산업이 아닌 꼭 필요한 산업으로 인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국민 여러분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리고 우리 한돈농가들은 깨끗한 환경에서 맛있고 안전한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다시 한 번 한돈을 사랑해 주시고 소비를 통한 성원을 해 주실 것을 시민들에게 간곡히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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